자금난에 안전전담인력 채용·안전관리 컨설팅 난항 호소
"처벌 아닌 예방 목적 잊지 말아야…中企 밀착 지원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법인 뿐만 아니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까지 처벌 받을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법 규정이 모호한 데다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에게 처벌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보완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26일 대전지역 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불안감과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 사고 이후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안전 점검을 벌이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 일부 건설사는 안전관리조직과 책임자를 선정하고 안전 예산을 확보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다. 공사 현장에 따른 안전 교육 실시와 안전 가이드라인을 재설정하는 등 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대책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력과 자금이 모자라는 중소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안전 강화를 위한 매뉴얼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데다 자금난으로 안전관리자 채용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역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광주 붕괴 사고와 관련해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이기에 첫 번째 처벌 대상만 피하자는 마음으로 긴장하고 있다"며 "시행에 앞서 현장 규모에 따라 안전보건 담당인력을 배치했지만, 현장에서는 온전한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 한 제조업 대표도 "코로나19 경영난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관리까지 신경써야 하니 부담이 크다"며 "중소 및 영세기업은 비용 문제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전문 컨설팅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고의, 과실이 없을 경우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면책 조항을 신설하는 등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처벌이 아닌 예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기업이 안전 전담조직을 갖추고 예산을 책정하더라도 그 수준이 적정한 지에 대해선 모호하다. 법 시행을 강행하기에 앞서 규정을 명확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미약한 대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기선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산재사망 사고 대부분은 50-100인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중소기업 사업주들이 충분한 사고 대처 능력을 가졌는지가 걱정"이라며 "대기업의 안전보건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취지에서 법 제정이 이뤄진 건데 그 타격은 중소사업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영세사업주 중소사업주 좀 더 밀착 지원이 있어야 사업장 내 안전보건 체계가 만들어지는 데 보다 나은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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