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2020년 3월 시행된 민식이법의 영향으로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은 비교적 크게 높아졌다. 이곳에서 부주의하게 운전하다가 어린이 교통사고를 낼 경우 가중처벌 되다 보니, 운전자들은 안전조치를 지키며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한다. 즉, 스쿨존에서는 차량의 속도를 시속 30㎞ 이하로 유지해야 하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일시정지해야 한다. 스쿨존 내에서는 주·정차가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일반도로에서의 과태료보다 3배 높은 금액을 내야 한다. 정부에서도 올해 말까지 전국의 모든 스쿨존에 무인단속장비와 신호등을 설치하고, 이곳에 위치한 불법 노상주차장을 없애는 등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20년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수가 전년대비 15.7%와 50%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실버존(노인 보호구역)은 어떤가. 사실 실버존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국민들도 상당수 있으리라 본다. 스쿨존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 어린이와 관련된 시설의 주변도로 가운데 일정 구간을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곳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실버존은 노인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경로당, 노인복지시설, 공원 등과 같이 노인들이 주로 왕래하는 시설 부근에 설치해 특별 관리하는 곳이다.

이처럼 교통 분야에서 보자면 노인들도 어린이들과 똑같이 정부나 지자체, 일반인들로부터 특별히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관심은 매우 부족하고 각종 안전대책 추진의 형평성도 심각하게 결여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를 기준으로 서울시에 스쿨존으로 지정돼 있는 곳은 1741곳인 반면, 실버존으로 지정돼 있는 곳은 164곳에 불과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정부에서는 스쿨존 내 무인단속장비를 올해 말까지 100%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추진 중이지만, 실버존 내 무인단속장비 설치율은 현재 2% 정도에 불과하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우리나라도 3년 후인 2025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서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노인 교통사고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강력한 대책을 세워 추진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스쿨존에 비해 형편없이 열악한 실버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높이는 것부터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지자체,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노인 보행중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장, 병원 등 인근 지역도 실버존으로 확대 지정해야 한다. 법률 개정을 통해 현재 임의사항인 실버존 내에서의 무인단속장비와 교통안전시설 설치도 의무사항으로 규정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우리들의 생명을 교통사고로부터 지키기 위해 실버존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사고예방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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