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1980년대 중반, 바다건너 먼 나라에서 충격적 뉴스들이 들려왔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했던 일본이, 미국의 심장과도 같은 뉴욕의 록펠러 센터와 콜럼비아 영화사를 사들이려 왔다는 소식이었다. 냉전 하 미국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던 한국인들에게는 믿지 못할, 아니 믿고 싶지 않은 뉴스였었다.

일본은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나라다. 이 장인정신은 산업화(제조업)에 더할 나위없이 특화된 강점으로 작용했고, 워크맨으로부터 도요타 자동차까지 세계를 선도하였던 Made in Japan으로 불리우면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세계를 점령하던 Made in Japan 신화는 미국의 요청으로 열린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엔화의 평가 절상이 이뤄지면서 그 경쟁력을 한국 등 아시아의 4마리 용에게 잃어갔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됐다. 일본은 제조업 이 후의 패러다임을 찾지 못했고, 정체되기 시작했다.

반면 제조업에서의 경쟁력을 잃어가던 미국은 80년대부터 제조업이라는 전통적 산업구조에서 탈피 하여 실리콘 벨리로 대변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창조해내며 20세기 최고 최대의 제조업국가에서 지식산업 사회로 빠르게 탈바꿈했다. 오늘날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MS 애플 테슬라 구글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한 것이다. 일본이 경우 제조업기반 경제 구조를 타파 하지 못했지만, 미국은 제도적 물질적 지원체계의 근원부터 바꿔갔다.

70년대 제네랄 일렉트릭, 포드, 제네랄모터스 같은 미국의 거대 기업들은 세계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이었고 우리에겐 쳐다볼 수 없는 벽이었다. 그러나 위의 거대기업들은 인터넷 개발 후 태어난 세대에게는 그 이름도 알지 못하는 기업들이 되어버렸다. 애플과 구글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한국의 경우 위에 있었던 수백년간의 기업/경제사가 수십년동안 압축하여 모든 과정을 거쳐왔다. 50년대의 농업사회를 거쳐 60-70년대 저임금을 무기로한 노동집약적 경제 모델에서 70-80년대 중후 장대한 제조업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90년대 지식 기반산업으로의 진입 이후 한국의 산업구조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일례로 90년대 `아이러브 스쿨` `싸이 월드`란 기업들이 있었는데 한 때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Facebook은 사실 90년대 한국에서 20-30대를 보냈던 한국인이면 페이스북이 이들 기업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차용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아이디어를 눈뜨고 강탈당한 것이다.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삼성에 제품을 갖고 갔다가 문전 박대 당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삼성은 애플을 뛰어넘는 21세기 리더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후 들려오는 소식은 한국의 IT기업 등에서 국외에서 큰 성공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흡사 90년대 일본의 경제 생태계를 보는 듯 하다. 비업무용 부동산 투자, 전문 투자 기업으로의 전환 등등… 여기에 대기업 위주의 경제 생태계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작지만 강한 기업의 출현을 막고 있다. 국제 산업계에서 볼 때 한국은 IT강국이 아닌 최대 최고의 IT 소비시장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삼성 LG 현대 등은 제조업 기업들에 가깝지, 애플 구글 테슬라 등과는 결을 달리한다.

21세기는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진화하고 있다. 시스템이 지배하는 기업이 20세기 성공모델이었다면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시스템에 의존하는 기업 환경은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애플이 내부 결재 과정을 최소화 시키는 이유다. 21세기 경제 생태계는 기업이 아닌 사람중심의 시스템이어야 한다. 과연 대한민국은 지식기반사회로 전환 될 준비가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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