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목원대 미래창의교육원 교수
김철수 목원대 미래창의교육원 교수

예술에는 공간예술과 시간예술이 있다. 그 중 음악(작곡 제외)은 시간예술에 속하는데, 공연을 주로 하는 음악가들에게는 문화산업 쪽으로 접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대중음악이 아닌 클래식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순수 공연을 단지 경제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란 쉽지 않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순수예술도 경제성을 따지는 시대에 접어들었으나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25년 전쯤 성악 애호가인 카이스트의 한 공학 교수를 가르치는 가운데 그분이 필자에게 "앞으로는 음악을 우리 공대에서 만들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가 필자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지만, 커다란 깨우침을 받았다. 그때는 작은 음반을 하나 내려해도 녹음실이나 울림이 좋은 강당, 또는 교회를 빌려 2-3일은 녹음을 해서 들어보고 잘 안됐으면 다시 녹음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장비와 훌륭한 엔지니어가 음악을 입맛대로 만들어가는 시대가 됐다. 연주자의 음악을 녹음한 것이 아닌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핸드폰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알림이나 지하철에서나 백화점 등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의 음악들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전에는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서 들려주는 자연적인 음향과 공명이 절대적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공연장에서 음향 장비를 동원해 더 좋은 소리로 관객에게 들려주려고 노력하고 애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성악가들이 마이크를 활용해 노래하면 실력이 없다고 비난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대중에게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움으로 보이는 시대가 됐다.

대학 때 성악을 전공하던 필자가 대학가요제에 나갔다가 전공 교수님한테 불려가서 `네가 딴따라 하는 놈이냐`라고 무척 혼났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조수미가 가요나 뮤지컬 곡을 불러도 아무 시비를 하지 않고 다양한 레퍼토리에 찬사를 보내는 시대다.

필자가 20여 년 전 이름 있는 공연장에서 `열린 독창회`를 가졌다. 1부에는 클래식, 2부에는 가요, 뮤지컬 곡 등 다양하게 준비하고, 무대에는 드럼과 전자기타 등을 동원해서 준비했더니 지역 TV 방송국에서 1시간 가량 녹화해서 방송했던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이슈도 되지 않는다.

문화가 순수성을 강조한 나머지 그 문화를 향유하는 대중은 안중에도 없고 예술적 가치만 강조하다 보면 일반 대중의 사랑은 멀어질 것이다. 수많은 유럽의 오페라나 음악 작품들과 미국 브로드웨이를 통해 들어오는 뮤지컬 작품들을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조명 색깔이나 의상 컨셉 하나 바꾸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토속적인 소재로 우리나라만의 음악적인 요소를 가미한 작품들을 창작하고, 국가나 지방정부가 업그레이드 과정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훌륭한 상품으로 만들어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 진출시키는 문화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서양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의 오페라나 뮤지컬을 더 이상 흉내내는 공연이 아닌, 우리의 방식과 소재로 창작 오페라나 뮤지컬을 만들고 무대에 올렸을 때 경쟁력도 생기고 예산도 줄이는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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