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석 상록회계법인 대전세종지점 이사(공인회계사·세무사)
권혁석 상록회계법인 대전세종지점 이사(공인회계사·세무사)

지난 연말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1년 유예된다고 발표됐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조세원칙과 제도권 내에 포용하지 않으면서 세금만 부과한다는 반대론 속에서 탄생한 법이 유예됐다는 것은 정치권에서 주로 투자자인 청년들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10여 년밖에 안 됐지만 광풍이 불 때마다 수년간 세금 없이 많은 이익을 얻은 경우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넥슨코리아는 1억 달러를 투입해 비트코인을 매수하는가하면, 국내 최대 공제회인 교직원공제회는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는 등 암호화폐는 전반적인 투자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이 시작된 시점에서 과세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보면 안 된다. 향후 문제점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2021년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 금액은 4대 거래소 기준 4945조 4236억 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 거래대금(2229조 원)의 2배가 넘는다. 이는 2020년 명목 GDP(1993조 2000억 원)의 2.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지난해 상반기 신규 개설된 계좌 수는 무려 542만 5750개로, 과세체계가 허술할 때 오는 혼란을 미리 예측해야 한다.

가상자산의 과세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가상자산소득`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가상자산의 전반적인 구조와 발행·거래에 대한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혼란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2023년 5월 첫 소득세신고가 시작되는 만큼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

첫째 스테이블코인의 과세 문제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기축통화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1달러 가치에 연동하는 테더(USDT)나 원화 1원의 가치에 연동하는 테라토큰 등이 그 예다. 만약 투자자가 보유한 암호화폐의 시세가 폭등한 경우 이를 스테이블 코인으로 교환한 뒤 현금으로 출금(매도)한다면 가치가 고정돼 있는 스테이블 코인의 양도 차익은 이론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

둘째 주식은 양도차익인데 코인은 왜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는지 주식과의 형평성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셋째 대여소득은 에어드랍, 예치 서비스에 따른 수익이 주식 대차거래에 따른 수수료와 유사하단 전제인데 임차인·임대인이 없는 상황에서 대여소득이 올바른 것인지, 하드포크나 에어드랍으로 인한 경우 대여소득개념이 아니라 이를 최종적으로 매매·교환 시 과세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넷째 가상화폐 채굴은 사업적·비사업적 채굴로 구분해야 한다. 사업적 채굴은 소득세법상 정보통신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비사업적 채굴은 일정 금액 이상은 사업소득으로 의제하는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

다섯째 보수를 가상화폐로 받는 경우 소득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예를 들어 소득 평가에서 부가가치세법 금전 외의 대가를 받을 때 공급한 재화.용역의 시가로 평가하는 규정을 준용할 수 있는지 검토돼야 한다.

이와 별도로 무분별한 코인 투기 억제와 새로운 산업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진흥시키는 문제는 정부가 과세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디지털 대전환의 시기에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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