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수 안전성평가연구소 경남분소장
서종수 안전성평가연구소 경남분소장

추수가 끝난 뒤 겨울철 들판을 지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하얀색 물체가 있다. 그 모양이 둥글어서 아이들은 마치 마시멜로 같다고들 한다. 이것은 볏짚을 비닐로 감아서 만든 `곤포(梱包) 사일리지(Silage)`다. 추수 후 남은 볏짚을 이렇게 만들면 운반하기도 편리하고 볏짚을 먹이로 하는 소에게는 아주 유용한 식량이 된다. 볏짚을 모으고, 둥글게 압축하고, 비닐을 감는 작업들이 모두 기계로 이루어질 수 있으니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에게 사료를 사서 먹이는 것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유리할 것이다.

농업환경에서도 노동력과 비용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부분이 기계화돼 있고 농자재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러한 편리함 뒤에 농업환경의 오염 문제가 큰 숙제로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작물 생산 과정에 사용된 비닐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폐비닐 수거를 위한 집하장을 만들거나 생분해성 비닐 등이 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환경문제와 가격 경쟁력의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특히, 곤포 사일리지에 사용되고 버려지는 폐비닐이 연간 1200t에 이른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폐비닐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듯하다.

실제 2020년 10월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농업용 폐비닐 발생량은 31만 8775t에 이르며 이중 품질이 좋은 폐비닐은 민간에서, 품질이 낮은 폐비닐은 국가에서 수거 및 재활용하고 있으나 나머지는 매립이나 불법 소각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60년대 국내 농업용 비닐이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지난 60여 년간 지속적으로 농업환경에 폐비닐의 일부는 버려져 왔을 것으로 추측 가능하다. 이렇게 장기간 버려지거나 소각된 폐비닐은 결국 토양 및 대기 환경을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농업용 토양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경로 중 대표적인 경우가 플라스틱 멀칭 비닐의 사용과 폐수처리장 슬러지를 재활용한 비료의 사용이다.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한 `농업용 플라스틱의 지속 가능성 평가` 보고서에도 농업용으로 사용되는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이 환경에 버려지거나 매립되면서 발생되는 오염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이 분해 되면서 발생 되는 미세플라스틱은 토양 및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는 해양 생태계 쪽에서 활발하게 진행돼 오고 있지만 토양과 내수면 생태계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특히 농업환경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연구는 더더욱 부족한 상황이다. 2019년에 범부처 차원으로 `과학기술 기반 미세플라스틱 문제 대응 추진전략`을 수립했으나 농업환경에 대한 대응 정책 수립은 지지부진한 것 같다. 이미 토양에서의 미세플라스틱이 작물에 이동 축적된다는 연구 내용은 보고된 상태이다.

우리의 먹거리에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첨가물을 함께 할 수는 없다. 마시멜로의 달콤함에 녹아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에게 가하는 역습의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시멜로의 역습`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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