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잃은 귀뚜라미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
본사 일방적인 팀 해체…사실상 해고통보

귀뚜라미보일러 B/S팀 단체 SNS 채팅방 캡쳐. 본사 담당자가  B/S팀 해체를 통보한 뒤 채팅방을 나갔다. 이후 하청업체 직원들은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사진=제보자 제공
귀뚜라미보일러 B/S팀 단체 SNS 채팅방 캡쳐. 본사 담당자가 B/S팀 해체를 통보한 뒤 채팅방을 나갔다. 이후 하청업체 직원들은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사진=제보자 제공

A씨(42)는 귀뚜라미보일러 아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다. 지난해 9월 귀뚜라미보일러 B/S(사전점검 서비스)팀 채용 공고를 보고 입사 지원했다. 하지만 그가 입사한 곳은 아웃소싱업체 S사였다. S사에서 귀뚜라미 사내 하청업체 D사로 파견을 갔고 그제야 귀뚜라미 B/S팀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는 S사 소속으로 산재·건강보험 없이 고용보험만 가입됐다. 그는 경기도에 있던 아내, 두 아이와 함께 공장 인근에 집을 마련해 정착했다. 자녀를 위해서라도 이곳에 자리잡으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가 일하던 B/S팀은 지난 1일 발생한 공장 화재 이후 해체됐다. 본사가 팀 해체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A씨에게는 해고통보나 마찬가지였다. 이어 D사는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고 공지했다. 최근 귀뚜라미 청도공장 B/S팀을 모집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계획 중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금세 바뀌었다. 외벌이 인 A씨는 일용직을 찾고 있다.

B씨(39)는 전남에서 아산으로 올라왔다. B씨도 A씨처럼 두 번의 파견을 거쳐 귀뚜라미 아산공장에서 일하게 된 비정규직 노동자다. B씨도 물류센터 일용직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버티면서 복직을 기다리기로 했다. 귀뚜라미에서 그동안 배운 수리직종에서 계속 일하고 싶었다. 걱정은 복직이다. 공장 재건도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비정규직에 하청업체 소속인 그는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인지 불안하기만 하다.

대형 화재로 공장동이 소실된 귀뚜라미 아산공장 사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생계난의 이중고에 내몰리고 있다. 23일 대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무급 휴직에 들어간 하청업체 직원은 30여 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실업급여도 탈 수 없는 처지다. 막연한 복직 희망에 고용보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택배 상·하차 같은 일용직을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귀뚜라미의 무책임함에 서운함을 토로한다. 귀뚜라미는 팀 해체와 무급휴직 관련해서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씨는 "본사 담당자는 팀 해체한다고 협력업체 지시를 받으라고만 하고는 채팅방을 나가버렸다"면서 "유급휴직이라도 얘기됐으면 덜 막막했고 버틸 수 있었을 것 같다. 귀뚜라미에서 신경을 써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B씨는 "청도공장으로 생산직이 필요하다고 해서 갔는데 5명이 숙소가 없어서 그날 밤 다시 아산으로 돌아왔다고 한다"면서 "급여도 맞춰줄 수 없다고 했다. 비정규직의 서러움이 이런 것"이라고 한숨 지었다.

아산시에서는 귀뚜라미 측에 고용연계, 고용유지지원금 등 지원책을 전달했으나 관련한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귀뚜라미보일러는 고용유지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귀뚜라미보일러 관계자는 "일할 분들이 필요하고 고용 조치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본인이 하지 않은 일이니까 꺼려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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