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인 "2022년 공영방송 KBS 촬영 현장이라고 믿기 어려운 장면"
윤 후보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 없어... KBS, 안전에 더 노력해야"

사진: 동물자유연대
사진: 동물자유연대
KBS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발생한 말 학대 논란에 대해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며 마땅히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엔 지난 21일 "KBS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말을 학대하는 장면이 방영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며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11월 2일 찍은 `태종 이방원` 제7회 촬영분으로 태조 이성계의 낙마 장면에서 말이 땅에 머리를 처박으며 고꾸라지듯 쓰러지는 장면이다.

방송이 나간 뒤인 지난 17일 KBS 시청자권익센터엔 "이성계 낙마신 말, 살아있나요?"라는 제목으로 "말이 완전히 땅에 꽂혔다"며 "말을 강압적으로 조정하지 않고서야 저 자세가 나올 수 없다. 혹시 다리를 묶고 촬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 동물자유연대가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을 확인했다"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당시 촬영 영상을 공개한데 이어, 촬영에 사용된 말이 촬영 일주일 뒤 사망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거센 비판과 비난이 쇄도했다.

이와 관련 청원인은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액션 배우가 말을 타고 가는 도중 낙마를 하는 장면에서 말의 발목에 묶어놓은 와이어를 잡아당겨 말을 강제로 넘어뜨리는 장면이 명확히 찍혀있다"고 적었다.

"와이어에 발목이 당겨져 쓰러진 말은 땅에 고꾸라지면서 목이 꺾이는 것으로 보일 만큼 심한 충격을 받았고, 말이 넘어질 때 함께 떨어진 액션 배우 역시 부상이 의심될 만큼 위험한 방식으로 촬영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청원인의 비판이다.

"2022년 공영방송 KBS가 행하는 촬영 현장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장면이다"고 청원인은 목소리를 높이며 "촬영이 끝난 직후 스텝들은 말에서 떨어진 배우의 안위를 살피기 위해 황급히 달려갔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어느 누구도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이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목이 꺾일 정도로 큰 충격을 받으며 넘어진 말은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보려 뒷발을 몇 번 굴러보았지만, 결국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 자리에 쓰러진 말은 미동도 없이 홀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 영상의 마지막이었다"는 게 청원인의 전언이다.

동물보호법 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조항 제2항 제1호는 도구나 약물 등을 사용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 행위로 규정하며 금지하고 있다.

또 같은법 제8조 제2항 제3호는 도박이나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역시 동물학대 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청원인은 이같은 법조항을 언급하며 "KBS가 드라마 촬영을 위해 동물을 학대한 것은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힌 행위다"며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발생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서도 마땅히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을 위해 동물을 `소품`처럼 이용하는 행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사항이다"며 "그럼에도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지금까지도 동물의 안전 보장을 위해 어떠한 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청원인은 적었다.

청원인은 이에 KBS에 대해 "공영방송 KBS는 영상 촬영 시 동물에 대한 안전조치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반드시 준수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에 대해선 영상 및 미디어 동물 촬영 시 제작자 등이 준수해야 할 영상제작 동물복지기준를 법제화 하는 한편 촬영 현장에 동물복지 전문가가 입회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함께 촉구했다.

그 외에도 청원인은 동물 촬영의 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위험도가 높은 촬영은 컴퓨터 그래픽이나 더미 사용을 의무화 할 것과 동물이 출연하는 영상 방영 시 동물복지 가이드라인 준수 문구 삽입 등도 아울러 건의했다.

해당 청원은 청원 사흘만인 23일 오전 7시 기준 13만명 가까이 청원에 동참해 청와대 답변기준인 30일 내 20만명 이상 동의를 무난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는 `끔찍하다`고 KBS를 비판하는 글들도 눈에 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동물권행도 단체 카라가 촬영장 책임자들을 동물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동물보호단체들의 관련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번 사고 관련 멜 깁슨과 소피 마르소가 주연한 영화 `브레이브하트`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윤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최근 한 사극 드라마 촬영 중 낙마 장면을 찍으며 넘어진 말이 죽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며 "해당 장면을 촬영했던 스턴트 배우도 다치고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쾌유를 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낙마 촬영은 배우와 말 모두에게 위험한 촬영이라고 한다"며 "해외의 경우 이미 95년에 개봉한 영화 `브레이브하트` 촬영을 할 때도, 죽거나 다치는 말 장면에 정교한 모형을 활용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말과 인형 말을 한 장면에 담아 기술적으로 촬영해 실제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며 "만약 말 다리에 줄을 묶어 강제로 넘어뜨리는 등의 과도한 관행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개선하고 선진화된 촬영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윤 후보는 강조했다.

"동물에게 위험한 장면은 사람에게도 안전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한 윤 후보는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다. 사람과 동물 모두가 안전한 제작 환경을 만드는 것에 공영방송이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동물학대 논란에 대해 KBS는 지난 20일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며 사과했다.

KBS는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었는데 시청자들의 우려가 커져 다시 확인해보니 안타깝게도 촬영 1주일 뒤 사망했다"며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KBS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권익센터 게시판엔 `태종 이방원`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KBS는 21일 애초 22일과 23일 방송 예정이었던 `태종 이방원` 13~14회를 결방하기로 결정했다.

`태종 이방원` 관계자는 "당초 설 명절을 앞두고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 편성 예정었던 29일과 30일 방송도 쉬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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