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공자 입찰서 현대건설 하이엔드 브랜드 제안
단독응찰로 유찰…현대건설 수의계약 수주 가능성 커

대전 유성 장대 B구역 [사진=대전일보DB]
대전 유성 장대 B구역 [사진=대전일보DB]

국내 건설업계는 건설공사실적·경영상태·기술능력·신인도를 종합평가하는 정부의 시공능력평가(시평)로 삼성-현대가 양분하고 있다. 전국 7만 347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국토교통부의 `2021년도 시공능력평가` 결과 삼성물산㈜, 현대건설㈜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3위는 GS건설㈜로 1년 전보다 한 단계 올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룡건설사인 셈인데 이들 모두가 군침을 흘린 사업장이 하나 있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장대B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이다. 유성시장을 낀 부지는 9만 7213㎡에 달하고 주거환경 개선에 무게를 둔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상업·공업지역내 도시기능회복·상권활성화를 위한 도시환경개선 즉, 공공의 성격을 포함해 더 복잡다단하다.

장대B구역 재개발 프로젝트의 총사업비가 1조 원을 넘나드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추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동주택은 3000채 안팎의 대규모 공급이 가능하다. 대전 신도심 유성의 한복판 장대동에 새로운 도시기능을 부여하고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은 전국구 건설사로선 매력적이다. 자사와 자사의 브랜드 아파트가 대전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할 공산이 크고 이는 곧 지역내 굳건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대전 장대B구역을 기웃거리는 이유다.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의 수주전은 `돌고 돌아 현대 THE H`로 요약된다. 현 시점에선 현대건설의 고지탈환이자 지역 최초의 하이엔드 주거브랜드 `디에이치(THE H)` 상륙이 유력하다. 1월 20일 장대B구역 재개발조합이 마감한 시공자 입찰에서 현대건설은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며 THE H 적용을 제안했다. 현대건설의 단독응찰로 이번 입찰은 유찰돼 앞으로 추가 입찰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분위기는 이미 현대건설 시공으로 넘어가고 있다. 업계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유는 이렇다.

먼저 법적으로 현대건설이 유리한 위치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규정하는 도시·주거환경정비법은 계약이나 시공자 선정에서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수의계약을 허용한다. 이 법 시행령은 `일반경쟁입찰이 입찰자가 없거나 단독응찰의 사유로 2회 이상 유찰된 경우` 수의계약할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뒀다.

현대건설 단독응찰로 유찰됐으므로 한차례 더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의 길이 열린다. 이 역시 조합원 총회 등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럼에도 THE H 하이엔드 브랜드의 현대건설을 마다할 조합원은 많지 않아 보인다.

현대건설로서는 2019년 12월 장대B구역 시공자 선정총회에서 GS건설에 밀린 참패를 설욕하면서 업계 2위 자존심을 회복하는 다시 없는 기회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당시 현대건설은 대림산업·포스코건설 그리고 대전·충청권의 강자 계룡건설과 `현대사업단`으로 컨소시엄을 꾸렸지만 단일 브랜드, 단일 시공을 내세운 GS건설에 큰 득표차로 무릎 꿇었다. 조합은 1월 28일 시공사 선정 재입찰 공고에 따른 현장설명회에 이어 2월 18일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건설사와 업계의 역학관계에서도 현대건설로 기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른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논리다. 장대B구역 재개발조합이 2019년말 시공사로 선정된 GS건설과 2년 만에 결별하면서 무주공산이 되자 물밑 수주경쟁은 치열했다.

2002년 대전에서 가장동 삼성래미안을 선보인 뒤 지역에서 자취를 감춘 삼성물산의 등장은 수주전을 달궜다. 대우건설(시평 5위), 현대엔지니어링(〃 6위), DL이앤씨(〃 8위·옛 대림산업) 등 건설사도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며 장대B구역 시공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시공자 입찰은 삼성물산 없는 현대건설 단독응찰로 유찰됐고 업계에서는 "삼성이 판만 키워놓고 빠졌다"는 수군거림도 나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장대B구역 시공 경쟁에 나설 것처럼 하다 막판에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며 "도시정비사업에서는 현대건설이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 등으로 입찰 참여가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다"고 촌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월 입찰 마감까지 시기적으로 촉박한데다 수주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곳에서 홍보 등 수주활동에 수십억 원을 매몰비용으로 쓸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현대건설이라는 대기업과 THE H라는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다른 하위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은 적어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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