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정책·공약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눈앞의 표만을 의식하다 보면 발을 헛디디기 십상이다. 가령 특정 지역에 가서 전후좌우 살피지 않은 채 선심성 공약을 던지게 되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 그게 이해관계가 밀접한 이슈이면서 상식 선으로 보아도 사리에 어긋나는 상황이라면 `역풍의 핵`이 발달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한쪽 환심을 살지 몰라도 대척점에 있는 지역의 보편 여론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전체 지지 여론을 키워야 할판에 말로 주고 되로 받기를 자초한다면 그런 패착이 없다.

단적인 예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지난 14일 경남 창원에서 공약한 가칭 항공우주청 설치 문제다. 윤 후보 태도는 성급했다. 항공우주청 조직을 만들려면 입법화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 지난해 발의된 법안인 있긴 하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 후보는 항공우주청 발족을 전제로 경남 설치를 공언했다. 어음부터 끊어준 모양새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왜 그 쪽인지에 대한 논리와 타당성 빈약이다. 당장 대전과 비교해 입지, 인적·물적 기반 면에서 앞서 있다면 모를까 그렇기는커녕 현실은 대전이 굳건하게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전 대덕특구는 국내 과학기술의 거대 집적지로서, 항공우주 분야만 해도 다른 지역이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항공우주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KAIST 등 우주항공개발을 위한 최고급 인적 자원 및 연구 인프라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마당인데 이런 도시에 항공우주청을 설치하지 않고 외면한다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대전시청 앞에서 과학기술계 기관·단체들이 성명을 통해 항공우주청 대전 설치 촉구 여론에 힘을 싣고 나섰다. 이들은 내로라하는 항공우주, 국방 분야 전문가 집단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항공우주청 입지만큼은 수도권 공공기관을 유치하듯 지역간 다툼의 대상으로 변질돼선 곤란하다. 과기계가 성명에서 밝힌 대로 `국가적 명운이 걸린 사안이고 최대한의 명분과 효과를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귀결돼야 한다. 윤 후보가 결자해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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