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묵 대전세종충남경영자총협회 회장
강도묵 대전세종충남경영자총협회 회장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서로 부대끼며 사는 데에서 보람과 가치를 찾는다. 그래서 인간이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은 바로 사람간의 거리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최소 35㎝는 유지하며 접촉의 의미를 새겨왔다. 이 거리는 인간관계에서 하나의 가늠자와 같이 인식했다. 더 가까우면 친밀함 속에서 관계가 무너지기도 하기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인간들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존재다. 노력으로 얻어진 능력은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능력과 나만의 목표 달성을 추구한 것이 그동안의 삶이었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먼저 내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을 가지고 살았다. 뭐든지 결과물을 찾고, 그 성과에 만족하여 즐거움을 누리려 했던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세 해째 살고 있다. 사람 사이의 가까운 거리를 추구하던 인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입에 달고 산다. 거리두기의 상징물은 마스크다. 그동안 사람들은 가까운 관계에 가치를 두고 `입을 맞추다` `입대다` `같은 입이다` `한 입이다`와 같은 말로 가까움을 과시했는데, 여기에 마스크로 굳게 차단기를 내렸다. 모두가 비대면을 요구하는 세태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만나도 악수하지 않고 주먹으로 인지하고 바로 밀어낸다. 대부분 생각은 온라인으로 소통한다. 즉 접촉의 시대는 가고 접속의 시대가 우리 앞에 와 있다.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니고, 아주 멀리 떨어져 나가고 있다. 이제 비대면 사회로의 일대 변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놈의 정 때문에` 하던 우리 민족의 피부 접촉 욕구는 온데간데없고 기계에 의존해 소통하는 세상이 됐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도 난제가 전 보다 훨씬 많아졌다. 새 시대에 맞는 지식 정보를 공유해야 하고,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이 이뤄지도록 소통이 원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신사업 창출은 물론 기존의 산업도 고부가가치를 위해 기업간 상호 협력과 소통이 빈번해야 하는데 어렵기 그지없다. 기왕의 경제활동과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안일한 태도로 기존의 방법 답습은 실망만을 불러올 뿐이다. 이제 기업인들도 한 시대의 흐름에 민감해야 하고, 변화의 물결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제 구조의 틀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의 소용돌이를 잘 견뎌낸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자기 사업을 하다가 문을 닫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사람도 허다하다. 그들의 아픔은 막연한 아픔이 아니다. 아주 절실한 아픔이다. 당장 오늘 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절실함 속에서 아침을 맞고, 냉수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저녁의 어둠 속에 육신을 뉘는 아픔이다.

열흘 후면 구정 명절이다. 이들이 조상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건사하는 가족 앞에 자랑스럽게 가장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전에는 아무리 어려워도 연말이나 명절에는 이웃을 생각하는 손길이 제법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그 손길마저 끊어졌다. 생업의 문을 닫은 이웃은 훨씬 늘어났는데 그들에게 향하는 사랑의 손길은 사라졌다. 감염병으로 복지시설을 방문하기가 수월치 못한 데서 빚어진 일이라면 다행이겠으나, 우리의 뜨거운 가슴이 식었다면 큰일이다. 이제 직접 방문이 어려우면 제도적으로 손길을 한데 모으는 방법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언제 어디서든 온정의 손길을 모아 사랑을 베풀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일시적인 배려의 손길보다 꾸준히 따스한 손길을 모으고 운영할 수 있는 제도화된 기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물러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무능이고, 무책임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세월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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