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전을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과학기술 분야 중심으로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먼저 대전을 `실질적인 과학수도`로 육성하겠다고 한 발언이 눈에 띈다. 과학도시 대전의 특장, 잠재력을 감안한 키워드로 이해되며 정책 의지와 방향성 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안 후보는 "대전이 첨단기술의 공급지, 기술기반 창업의 메카가 돼 수도권 중심 국가에서 지방 중심 국가로 전환하는 균형발전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대전의 가치에 대해 잘 진단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문제는 대전 과학수도를 위한 방법론적 정책 대안이다. 안 후보는 5가지 정도를 제시함으로써 이전과 비교해 공약 내용의 구체성 부분을 강화한 인상을 주고 있다. 다만 하나 하나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질 소지도 적지 않다. 특별법을 만들어 대전 명칭을 `대전과학특별자치시`로 바꾸겠다고 한 것만 해도 그렇다. 대전의 위상과 권한을 법제화를 통해 담보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히는 대목으로, 의도는 좋지만 입법 과정이 순탄할지부터 미지수다. 대전을 위한 원포인트 특별법을 처리하려면 거대 정당이 따라줘야 하는데 그렇게 될지 의문이다. 더구나 타 지역 광역시들도 특별자치시법을 요구하고 나서는 상황도 변수일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를 대전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구상도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고 봐야 한다. 행정도시법과과 충돌하는 데다 두 기관은 물론, 세종시민 여론이 순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까닭이다. 만약의 경우 이 두 가지 전제가 무너진다고 가정하면 `대전 과학수도`로 가는 길은 말처럼 녹록지 않을 수 있는 노릇이다. 대전과 과학수도를 등치시키려는 형식논리만으로 일이 저절로 풀리진 않는다. 안 후보의 공약 내용이 귀에 쏙 들어오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과는 별개로 현실의 영역에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다.

대전의 대표 브랜드가 대덕특구로 상징되는 과학기술에 있고 이를 더 활착시켜야 하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안 후보도 이런 사정을 꿰뚫어 보고 공약 수립에 공을 들이긴 했다. 하지만 더 고민하고 파고들어야 한다. 가령 대덕단지 공간에 대한 재구조화를 통해 첨단기술과 벤처창업의 최대 혁신기지화를 가속화하는 게 피부에 더 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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