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수석연구위원
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수석연구위원

일본,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포루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라는 점이다.

한국도 3년 뒤인 2025년에는 인구변화의 새로운 임계점이 될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래 세계에서 최단기간인 8년 만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 하니, 그 급격한 변화 속도와 파장의 확장성 때문에 일각에서는 `감염병 대응보다 더 큰 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그렇듯이 대응 수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2014)에 의하면 초고령사회 이후 일본, 독일, 이탈리아의 경제 상황을 분석해 본 결과, 일본과 이탈리아는 재정수지 적자가 커지고 장기불황을 겪는 반면, 독일은 오히려 경제성장률과 국가경쟁력이 더 높아졌다고 한다. 한편 고령자를 위해 밀키트 등 신유형 상품의 개발을 시작한 스웨덴과 고령자 행복을 체계적으로 지표화해 측정, 관리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행복 수준을 높게 유지하는 네덜란드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K-초고령사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인구·사회·노동·복지·의료·경제·산업·소비 등 전방위적 차원에서 노력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야겠지만, 특히 고령자의 현실을 반영한 양방향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 즉, 세계 최고 수준의 고학력과 디지털 역량 및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부머 집단인 동시에 역시 세계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높은 노인 1인 가구비중을 지닌 집단이 공존하는 매우 이질적인 현 상황을 포괄해야 한다.

먼저 고령자가 소비자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경제 전반을 독일처럼 실버경제로 전환하고, 스웨덴처럼 고령친화산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고령소비자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고령상품 생산자로서 일자리를 찾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지역단위의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해 소비자 관점에서 이를 투명하게 개선할 요소는 없는지 살펴보고, 네덜란드처럼 일상의 행복을 지표화할 필요가 있다. 11대 소비생활 분야에서의 만족도를 소비자 실태조사를 통해 측정한 한국소비자원의 `한국의 소비생활지표`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K-초고령사회 성공의 핵심 키 중 하나는 고령소비자가 시장에서, 일터에서, 지역사회에서, 상생적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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