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규 건축사(충남건축사회 부회장)
한민규 건축사(충남건축사회 부회장)

아침을 먹고 그 다음 간 곳은 불국사(佛國寺). 우리가 수학여행이나 다른 단체 및 개인적인 여행을 통해 가장 많이 간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개의 경우 불국사에 도착하면 곧 바로 대웅전 영역으로 가서 석가탑, 다보탑을 본다. 하지만 한 번 정도는 다른 관점에서 불국사를 보는 방법을 제안해 본다. 먼저 안양문 및 자하문 앞마당에서 불국사 석축을 바라보는 것이다. 90m에 이르는 이 석축을 자세히 살펴보면 구성이 복잡해 보이며 좀 현란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조회시간에 운동장에서 오와 열을 맞춘 것처럼 반듯한 인상을 준다. 석축을 2단으로 조성해 밑단은 자연미 나게 조성했다. 윗단은 다듬은 돌로 인공미 나게 조성해 복잡함 속에서 단순함을 보이게 하고, 자연미 속에서 인공미를 보이게 하여 변화무쌍한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인공적으로 반듯하게 다듬은 장대석 밑부분을 그 아래 자연석 모양으로 깎아내 맞춘 그랭이법(우리 옛 건축에서 보이는 기법으로 대상물을 그 바탕면 모양대로 깎아 밀착시키는 기법)을 보는 것도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준다.

칠보교/연화교, 백운교/청운교와 쐐기돌, 우수처리장치, 돌난간 등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도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단단한 화강암을 가지고 이런 디테일을 구현할 수 있는 그 당시의 장인정신에 놀라움을 느끼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우리가 보수하면서 변질된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으며 처음 지은이의 의도, 밝혀지지 않은, 숨겨진, 잃어버린 등등의 이러한 사항들을 상상하고 생각하면서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정면에서 왼쪽으로 돌아 극락전 바깥쪽 서쪽 면 석축을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경사진 대지에 하나의 소점으로 향한 석축은 부처님의 극락세계로 가는 영원의 길처럼 느껴진다. 오른쪽에 있는 석축을 하나하나, 일부, 전체적으로 보면서 올라가는 과정은 내가 지금 부처님의 극락세계로 가는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올라가는 일이 즐겁다.

위대함과 불가사의한 신비로움을 다시 일깨우면서 비로전을 지나 관음전 영역으로 올라온다. 관음전 영역은 불국사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 불국사 경내를 전체적으로 조망 할 수 있다. 관음전에서 바로 본 전경은 불국사에서 제일 아름다운 전경이라 해도 아무 반론이 없을 것이다. 불국사 각 전각들을 이어주는 회랑들의 한국 기와지붕의 물결과 무설전의 맞배지붕, 대웅전의 팔작지붕, 다보탑의 상륜부, 아련하게 다가오는 자하문 지붕이 보인다. 이 전경은 아무 때나 봐도 좋지만 특히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바라보는 전경은 관세음보살이 보여주는 것처럼 아득하게 다가오면서 현실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 곳에 있는 시간이 영원처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무설전 영역을 지나 대웅전 영역에 들어온다. 이 영역은 불국사의 중심영역으로서 신라 가람식 배치인 일금당 쌍탑식 배치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 영역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석가탑과 다보탑이 있는데 이 두 탑에 대해서 필자가 설명하는 자체가 실례일 것 같아 생략하기로 하고 두 가지에 대해서 유심히 봐야 할 것으로 하나는 석가탑 밑에 있는 자연초석이 있다. 이 자연적인 초석으로 다시 한 번 우리 조상이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얼마나 염두에 두고 계획하였는지 새삼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또 하나는 대웅전, 석가탑, 다보탑 이 세 점을 연결하면서 이 세 점의 관계, 긴장감 등을 느끼면서 바라보면 새로운 모습이 보일 것이다. 이 세 점이 현재보다 멀어지면, 아니 가까워지면, 아니면 석가탑이나 다보탑이 작거나 커지면. 필자의 방식대로 불국사를 보는 관점을 설명했다. 꼭 이렇게 관람할 필요는 없지만 한 번쯤 이 방식을 따라가보면 우리 문화유산인 불국사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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