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이 16일 밤 공개됐다. MBC가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촬영담당과 김 씨가 52차례 걸쳐 7시간 45분 동안 통화한 내용 일부를 방송한 것이다. 녹취록은 조국 사태 수사, 선거 대책, 미투, 박근혜 탄핵, 동거설 해명 등과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됐다. 당초 선거판을 뒤흔들 엄청난 사실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별게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김 씨의 `쥴리 의혹`만 털어내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녹취록은 가십성 내용을 조합한 수준에 불과했다. 김 씨는 "홍준표 까는 게 슈퍼챗은 더 많이 나올 거야"라며 대선 경쟁자였던 홍 후보를 겨냥한 날카로운 질문을 주문했다. 또한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보수"라고 언급했고, 미투 사건들에 대해서는 "돈 안 챙겨 주니까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의 아내가 인터넷 매체 직원에게 이런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을 마구 쏟아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석에서 술안주 거리로 꺼내기도 쉽지 않는 얘기다. 그것도 6개월에 걸쳐 "누나", "동생" 하면서 공사 구분이 모호한 통화를 했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선 후보 부인으로서 너무 경솔하고 가벼웠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와 MBC의 취재 및 보도 윤리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서울의 소리는 특정 정보를 빼낼 목적으로 접근해 상대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사적인 대화까지 모두 녹음했다. 취재 사실을 즉각 공개하지 않고 6개월 동안 차곡차곡 정보를 쌓아 폭발력을 키우려 했던 정황도 엿보인다. 애당초 목표물을 정해 놓고 윤 후보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한 취재로 의심이 간다. 공영방송인 MBC가 인터넷 매체의 녹취록에 들어있는 가십성 내용들을 여과 없이 내보낸 것도 문제가 많다.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특정 후보에 치명상을 입히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실 MBC의 녹취록 공개는 소리만 요란했지 제대로 나온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여야는 서로 옳으니 그르니 어제 하루 종일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 녹취록 파문으로 가뜩이나 혼탁한 대선 판이 더욱 어지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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