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선임연구원
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화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이 문구를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수헬리베붕탄질산`. 원소들을 성질에 따라 정리한 주기율표의 1번부터 8번까지 원소들의 첫 글자를 딴 것인데, 필자 역시 20번 칼슘까지 열심히 암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 주기율표에는 18개의 열과, 7개의 행에 걸쳐 원소들이 특징에 따라 배열되어 있다. 이 원소들은 그 종류에 상관없이 우리 일상의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 중 특별히 관심을 받고 있는 원소들이 나타났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면서부터다. 탄소의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적정한 기술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실질적으로 배출된 탄소의 총량을 0으로 맞춘다는 탄소중립. 그래서 순 배출량 0의 의미인 `넷 제로(net-zero)`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엄밀하게는 탄소중립과 넷 제로는 의미상 다소 차이가 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넷 제로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전략 및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면면을 살펴보면 궁극적으로 넷 제로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탄소중립의 실현을 위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5대 기본방향 중 첫 번째는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의 활용 확대`다. 여기서 바로 주기율표상의 특별한 원소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들이 바로 리그니코플레, 리튬, 그라파이트(흑연), 니켈, 코발트, 플래티넘(백금족) 금속, 레어 어스(Rare Earth, 희토류)다.

그렇다면 전기와 수소 활용 확대를 위해서 왜 이러한 원소들이 필요할까?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이유는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등장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명 자동차 회사의 전기차를 도로에서 발견하면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게 바라봤던 것 같은데 이제는 파란색 번호판을 부착한 친환경차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 친환경차는 가솔린 또는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기존의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구성품들을 요한다. 가장 큰 부분은 화석연료와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배터리와 구동모터인데 바로 이것들을 구성하는 핵심이 6종의 원소들이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 흑연, 니켈, 코발트 등의 금속 및 광물로 이루어진다. 구동모터에는 큰 힘을 내기 위해 영구자석이 장착되는데 주성분이 희토류 금속이다. 수소차에는 리튬이온배터리 대신 연료전지가 장착되는데 여기에는 백금족 금속이 꼭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6종의 원소들은 각기 다른 형태의 광물자원으로부터 얻어진다. 현재 전 세계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에서 주요 광물자원은 일부 지역에 편재돼 있고 대체 자원이 없기에 그것의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치열하다. 이처럼 확보에 위험성이 높고 위기관리가 필요한 광물자원들을 `핵심광물`이라고 한다. 특히 위의 6종의 원소를 함유한 광물자원의 확보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으로 꼽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지난 10월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대 실현에 필수적인 6대 핵심광물을 선정한 바 있다. 앞으로 이어지는 6편의 글에서 이 6종의 원소들에 대해서 속속들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탄소중립에 중요한 조력자가 될 6대 핵심광물을 기억해보자. 리그니코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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