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연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병동2팀 파트장
하미연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병동2팀 파트장

간호사실로 고성이 날아왔다. 오늘은 퇴원환자다.

퇴원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추가 퇴원약이 올라오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담당간호사는 홀로서기를 갓 시작한 신규였다. 신규 간호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자, 옆에 서있던 선배 간호사가 퇴원 절차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이미 화가 난 환자는 쉽게 삭이지 못했다. 급기야 퇴원약도 필요없다는 환자를 담당간호사는 그냥 보낼 수 없어 어르고 달래며 퇴원약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사이 담당간호사와 병원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간호현장의 특성상 몸이 불편한 환자를 대하다 보면 비일비재하게 환자의 불만과 마주하게 된다. 환자들의 입장에서 느끼는 불편사항의 지연된 해결, 친절하지 못한 간호사의 태도, 불편한 자리, 병원 밥, 시술이나 수술 시간의 지연 등 불만의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병원 이용 시 불편사항을 간호사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개선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론 잘못된 불만의 표현 방식으로 간호사로서의 존재 이유와 자긍심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간호사를 시작하고 십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왔고, 환자를 대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자부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간호사를 향한 끝도 없는 원색적 비난과 폭언이었다. 환자와 접점에서 마주하는 간호사들은 가끔 이유 모를 욕받이가 되는 경험을 한다. 환자나 보호자의 고성과 폭언을 한 차례 듣고 나면 환자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로 기운이 빠진다. 일이 익숙하지 않은 저연차의 간호사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불쾌함은 더하리라고 생각된다.

환자나 보호자는 아픈 사람이 하는 말은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참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간호사도 사람이고 누군가의 가족이며 가볍게 던지는 모진 말에 상처를 받는다. 상처가 되는 말들을 인내하며 매일 아픈 환자를 돌보고 나의 간호가 환자나 보호자의 희망이 되기를 꿈꾸며 작은 힘을 내고 있다.

병원마다 환자를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환자를 내 가족처럼 돌보는 간호사들이 존중받아야 함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오늘도 우리 간호사들은 환자를 지키고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밥도 거르며 힘을 내고 있다. 조금만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될 것이다. 간호사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간호사를 향한 비난과 폭언이 멈추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