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의원 “다들 책임 회피 도망치기 바빠... 끝까지 책임 물을 것”
류하경 변호사 "도급사 아닌 발주처 한전 주장, 법률가들이 웃을 일"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한전 감전 산재 사망 고 김다운 사건 형사고소 및 민사 손해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유재광 기자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한전 감전 산재 사망 고 김다운 사건 형사고소 및 민사 손해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유재광 기자
경기도 여주의 한 전봇대에서 전기작업을 하다 감전사고를 당해 지난해 11월 24일 숨진 고 김다운씨의 유족들이 원청인 한국전력과 하청업체 대표 등을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낸다고 13일 밝혔다.

김씨의 유족들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과 함께 `한전 감전 산재 사망 고 김다운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류호정 의원은 "감전 사고로 사람이 죽었는데 다들 도망치기 바쁘다"며 "재해로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자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의원은 "담당구역도 아닌데서 2인 1조 작업 원칙도 무시하고 작업을 하다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데 도급자인 한국전력도, 수급자인 대성엔이씨도, 불법 하도급 당사자인 고인의 소속업체 화성전력도 잘못이 없다고 한다"고 싸잡아서 강도높게 비판했다.

류 의원은 그러면서 "법망을 피하고자 한전은 스스로를 `발주자`라고 주장한다"며 "시공을 주도하고 총괄 관리하는 한전의 법적 지위는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이 맞다"고 강조했다.

고인이 소속됐던 화성전력에 대해선 "고인의 `단순 실수`로 몰아가고 있다"며 "불법 하도급 정황이 있고 활선 차량과 절연장갑 등 안전장비나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위험의 외주화`로 정의한 류 의원은 "사고는 났고 고인은 있고 일을 시킨 사람은 있는데 책임자는 없다. 해괴하다"며 "끝까지 재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하며 "함께 분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유족은 "청년노동자가 억울하게 죽었는데 한전이고 어디고 전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며 "비겁하고 잔인하다"고 말했다.

사망 당시 38세 였던 고 김다운씨에 대해 유족은 "생일 바로 다음날 이런 변을 당했다"며 "다가오는 봄에는 결혼도 예정돼 있었는데"라고 억울함과 비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은 그러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향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가르쳐주겠다. 이 사건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100% 철저히 당신들 책임이다"고 외쳤다.

유족은 이에 "당신들은 누구 한명도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경찰과 노동청에 형사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는 한편 법원에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상대는 한전 정승일 사장과 그 아래 안전관리책임자들, 그리고 하청업체인 화성전력과 대성엔이씨의 사장과 관련직원들이다"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유족은 거듭 강조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는 "한전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도급사가 아닌 발주처라고 주장하는데 법률가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라고 한전을 비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발주자`는 산재 사망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 받는데 이 사건은 `건설공사`가 아닌 `전기공사`로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게 류 변호사의 설명이다.

류 변호사는 그러면서 "한전이 어디서 법률 자문을 잘못 받았거나 일단 우기는 것 같은데 재판에서도 그러면 양형만 가중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안은 해당 업체들이 사용자와 관리자로서 안전관리의무 소홀, 관리감독 의무 등을 다하지 못한 명백한 산안업 위반이다"고 류 변호사는 거듭 강조했다.

현재 노동청 성남지청과 여주경찰서에서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추가로 유족 명의의 고소·고발장을 제출하는데 대해 류 변호사는 "두 달 동안 한 게 없다"며 "고소·고발 주체가 돼서 수사를 감시하고 리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사소송 관련해선 "청구 주체는 고인의 어머니와 누나"라고 설명한 류 변호사는 "죽은 사람은 살아오지 못하는데 돈으로 보상이 되겠냐"고 반문하며 "이런 사고에 대해 어떤 민형사상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끝까지 교과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고 이어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곧 시행되는데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류 변호사는 덧붙였다.

2인 1조 작업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혼자서 지난해 11월 5일 오후 경기 여주시의 전봇대에서 작업을 하다 감전사고를 당한 고 김다운씨는 30분 가까이 전신주에 방치돼 있다가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달 24일 끝내 숨을 거뒀다.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를 언급하며 "위급한 상황에서 다운이에게 헌혈을 해준 이름 모를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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