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인류는 도구를 사용하며 진화했다. 도구의 발전이 인류에게 축복만 안긴 것은 아니다. 인류 최초의 도구인 석기는 살인 무기로도 쓰였다. 도구에서 분화한 무기는 이제 도구 이상이다. 존재감도 남달라 지구 존속을 위협할 정도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지난해 1월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핵보유국과 핵탄두 수는 9개 국, 1만 3000여 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핵감축 노력이 무색하게 인류 문명을 얼마든지 구석기 시대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물량이다. 핵보유국에는 북한도 포함됐다. 신무기 개발도 빨라지고 있다. 한중북미 등 각국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 무기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드론과 킬러로봇 등 무인무기체계는 이미 현실화됐다. 전쟁을 게임화하며 단추 한번 눌러 수많은 이들을 손쉽게 살상할 수 있다. 정전상태인 한반도는 오늘도 여전히 숱한 무기를 앞세워 남북이 대치중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착한 사람이든 상냥한 사람이든 용감한 사람이든 가리지않고 공평하게 죽인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 역시 죽이겠지만 특별히 서두르지 않을 뿐"이라고 썼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는 시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나는 저들을 죽이고 싶지 않네/그 많던 무기들 다 벗어던지네/숨겼던/무기여 잘 있거라/완벽한 무장해제/그저 빈몸으로 빈손으로/만나고 싶네/사람들/사랑만으로/아무 것도 가진 것 없기에/비로소 만날 수 있는/그런 사람들 찾아서"라고 노래했다. 무기를 도구로, 전쟁을 평화로 바꾸자고 노래한 시인은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다. 금강의 시인 신동엽은 60년대 시 `껍데기는 가라`에서 "한라에서 백두까지/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고 일갈했다.

천안시는 태조산공원 잔디광장에 전시된 낡은 전투기와 전차 등을 올해 철거한다. 녹슨 전투기와 전차가 사라진 곳은 평화와 정담의 가족공원으로 거듭난다. 무기가 점유했던 자리에 새 풀이 돋듯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반세기 넘도록 꿈쩍 않는 분단체제를 허물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순 없을까? 최근 SNS에서 `멸공`이 화제가 됐다. 멸공을 뒤집으면 `공멸`. 무기와 도구도 한끝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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