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철근 콘크리트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원예가 조셉 모니에(1823-1906)다. 쉽게 깨지는 화분 때문에 고민하던 모니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진흙으로 구웠던 화분에 철망을 넣어 시멘트를 붙힌 화분으로 제작했다. 이때는 철사를 넣은 형태였으나 이 화분으로 많은 돈을 벌여 들였던 모니에는 화원을 개조할 때 화분을 제작했던 기법을 확대해 화원 안 경사지에 계단, 교량의 아치 등에 사용했다. 이것이 철근 콘크리트의 시작이다. 18세기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개발된 포틀랜드 시멘트는 점토와 석회를 섞어 만든 것으로 이를 활용한 콘크리트는 전세계에 걸쳐 건축재료로 활용됐다. 콘크리트는 압축에는 강하지만 잡아당기는 인장력에는 약해 쉽게 균열이 생기는 단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작은 건축물에만 사용됐다. 모니에의 철근 콘크리트 기법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독일의 쾨넨과 웨이스는 이 기법의 구조이론을 체계화하고 이로써 철근콘크리트는 20세기 건축환경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건축자재가 됐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 파리 만국박람회에 세워진 에펠탑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타워로 교량기술자인 구스타페 에펠에 의해 지어졌다. 철의 시대를 알리는 기념비였다. 런던 만국박람회때 유리와 철로 세워진 수정궁(Crystal Palace)은 축구장 11개 넓이로 양질의 주철을 대량생산한 영국의 공업력과 두껍고 긴 판유리를 생산해낸 독일의 기술력이 합쳐진 구조물이다. 자연환경에 따라 흙을 건조시킨 벽돌, 돌을 가공한 석재, 나무를 이용한 목재로 이루어졌던 건축물은 19세기 만들어진 건축자재의 혁명으로, 전 세계를 빌딩 숲으로 만든 초고층 시대를 열었으며 철근 콘크리트, 철재, 유리는 오랜 시간 전 세계와 함께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구는 탄소중립사회를 선언하며 건축의 변화를 예고하고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18층 기숙사는 목재로 이루어진 나무빌딩이다. 도쿄에서는 70층 350m 초고층 목조 주상복합을 추진하고있으며 2041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화재와 강도에 약한 목재를 서로 교차시켜 단단히 압축하는 CLT공법은 강도와 내연성에 강하며 콘크리트보다 적은 이산화탄소발생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친환경 자재로 목재건축의 시대를 돌아오게 하고있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플라스틱은 대부분 가볍고 쉽게 부서지거나 구겨진다. 그러나 일부 플라스틱은 강도가 높고 탄성이 좋아 건축자재로 활용이 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폴리카보네이트다.

네델란드의 렘 쿨하스는 러시아의 개러지 현대미술관에 폴리카보네이트를 외장재로 적용, 빛이 투과되는 분위기 연출로 건축공간에 경쾌함을 표현했다. 인체에 유해한 질병과 자연파괴로 그 사용에 문제가 많았던 플라스틱은 최근에는 분해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자원순환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건축자재로 관심받고 있다.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이 폐기단계에서 연소되면 이때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흡수한다. 이렇게 자란식물은 다시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어 순환구조를 이룬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플라스틱은 약하다 `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강화유리의 150배 이상 강도를 갖고 있어 공간을 구획하거나 시야를 차단하는 실내 칸막이부터 건식시공으로 건축 외장재 및 실내 인테리어 자재, 유리의 대체품등 공간의 내외부를 연결하는 재료로 사용되고있다. 3D프린팅은 프린터로 입체도형을 찍어 내는 것으로 의료·생활용품 외 첨단 산업분야에서도 빛을 발하고있다. 3D프린터 안에는 잉크대신 플라스틱, 나일론, 금속등 입체도형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들어가는데 건축에서도 프린터 안에 콘크리트를 넣어 인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 3D프린팅 부산물의 위험성에서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과 함께 그 사용법은 더욱 확장될 것이며 건축환경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점점 건축자재는 변화하고 있다. 두 세기에 걸쳐 인류의 발전을 이끌었던 철근 콘크리트, 철골, 유리는 친환경 자재인 나무, 바이오 플라스틱, 에코 시멘트,에코 브릭스 등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환경이 미래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계의 지향점으로 새로운 건축자재의 혁명이 찾아오는 것이다.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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