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올 연말 개원을 목표로 서구 관저동에 건립중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이름에 후원 기업 명을 빼기로 했다고 한다. 넥슨재단이 지난 2019년 10월 100억 원 기부와 함께 대전시와 맺은 업무협약에는 병원 이름에 `넥슨`을 사용키로 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데 대전시가 이를 불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병원장 임명 협의 조항, 20억 원 이상 사업비 증감 때 대전시와 넥슨재단 협의 조항 등도 변경할 방침임을 밝혔다. 다만 병원운영위원회 참여 문제는 재정적 기여 등을 감안해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런 대전시 입장을 넥슨재단 측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업무협약 내용에 대한 대전시가 개정 의사를 확고히 밝힌 만큼 넥슨재단 측이 현상 유지를 고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도 병원 이름에 후원 기업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고 대전시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부금 반환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그러니 사실상 최후 통첩장을 보낸 것이나 다름 없다 할 것이다. 대전시와 넥슨재단 측은 업무협약의 양 주체로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원만한 협의 과정을 통해 털고 갈 필요가 있다. 뒤늦게라도 후원기업 명칭 사용 문제가 공론화돼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나중에 더 큰 홍역을 치를 수도 있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이름에 기업 명이 들어가는 것은 전례가 드물거니와 공공성 훼손에 대한 강한 우려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중부권 최초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넥슨재단 측이 고액기부한 사실과 별개로 공공 의료기관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볼 때 병원 이름에 기업 고유명칭을 사용키로 한 것은 애초부터 첫 단추를 잘 못 채운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기부를 했으면 적정선에 그쳐야 사회적 공헌에 대한 선의가 평가받을 수 있는 법이다. 거기에 어떤 조건을 걸거나 이해관계가 개입돼 있는 인상을 주게 되면 그에 따라 기부의 순수성 빛도 바래지기 십상이다. 일이 꼬이게 된 데에는 협약 내용을 비밀로 한 대전시 당국의 일 처리 태도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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