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운영팀장
류청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운영팀장

2015년 10월 초, 일본에 연주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도쿄 연주를 마치고 기타카미로 이동하기 위해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여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초가을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많은 일본인들이 눈에 띄었다. 추위를 피하거나,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상식으로 알았던 나는, 화창한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굳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인솔자에게 물으니, 본인의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을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일본인 특유의 `배려`때문이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2020년 2월 대구·경북지역의 급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시아 국가 중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기도 했다. 전 세계에 알려진 K-방역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코로나의 확산세가 진정되는 시기에는, 반대로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국민들의 이동을 막는 봉쇄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렇게 전 세계가 코로나로 혼란을 겪는 시기에 `2020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올림픽 개최는 불투명해졌다. 우연히 한 신문에서 일본의 코로나 확산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확산의 가장 큰 이유가 일본 특유의 `배려`문화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 파악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면 자신이 머물렀던 식당 주인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식사 장소 등을 밝히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 추가 확진자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타인을 돕거나 보살피려고 마음 쓰는 것을 `배려`라 한다. 위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순수한 마음의 `배려`가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사회가 요구하는 `배려`의 가치와 충돌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배려`는 어떤 것일까? 그건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을 위한 `배려`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사회 전체 구성원을 위한 `배려`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배려의 기준과 범위를 최대한 넓혀, 시대가 원하는 `배려`의 행동을 끊임없이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온전한 `배려`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반드시 해야 할 때이다. 모두를 위한 진정한 `배려`말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또 다른 백신이자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일상으로의 회복을 앞당기리라 생각한다. 류청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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