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살인 클럽 (리처드 오스먼 지음·공보경 옮김 / 살림 / 504쪽 / 1만 6000원)
시니어 탐정들의 유쾌한 추리 게임
서스펜스와 스릴, 공감·감동 선사

이 책의 제목을 마주하는 순간, `목요일에 모여 살인을 모의하나?`라는 생각에 무시무시하고 섬뜩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나 그 편견을 한 꺼풀 벗겨내면 섬뜩함은 따뜻한 미소로 바뀌고, 매력적인 시니어들의 유쾌한 탐정들이 풀어가는 길고 긴 미제 사건 뒤에 숨어 있던 비밀과 맞닥뜨리게 된다.

65세 이상의 부유한 노인들이 거주하는 `쿠퍼스 체이스 실버타운`. 이 실버타운의 퍼즐실로 들어서면 `목요일 살인 클럽`의 멤버 4명이 매주 한 번 씩 모여 미제 사건에 대한 토론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직 스파이였던 엘리자베스와 은퇴한 간호사 조이스, 전직 정신과 의사 이브라힘, 열혈 사회운동가로 명성을 날렸던 론. 이들은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지만, 열정과 호기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들은 은퇴한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며 미스터리의 한 가운데로 거침 없이 뛰어든다. 이들은 경찰보다 넓은 정보력과 수사력으로 퍼즐을 맞춰나가듯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간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놀라운 반전과 각자의 개성을 지닌 초보 탐정들의 위트 있는 모습은 독자들을 순식간에 쿠퍼스 체이스의 사건 현장으로 이끈다.

이 책은 뻔한 클리셰로 치장된 미스터리 소설의 법칙을 따라가지 않는다. 50여 년간 발생한 살인사건들이 이리저리 얽히며 끝까지 풀리지 않을 실타래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인 탐정들의 맹활약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풀려가는 과정을 보노라면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경찰관 도나와 크리스가 펼치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줄타기로부터 나오는 달콤 쌉싸름한 에피소드는 덤이다.

다만, 이 책의 주제는 `살인`이 아니다. 미스터리의 형식에 담겨 있는 사람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사랑과 삶 그리고 정의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은퇴자 마을의 현실에 주목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나 삶의 거침에서는 밀려나 있다고 느끼는 장·노년층은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쫓아가며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는 강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젊은 층은 복잡한 사건의 얼개가 풀리는 과정을 쫓아가며 신나는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무료한 시간을 특별하게 채우고 싶다면, `목요일 살인 클럽`의 일원이 돼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며 짜릿한 전율을 느껴 보자.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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