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해와 대선 국면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정책 분야 중 하나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그렇다면 질 좋은 일자리는 어디에서 생겨날까? 누구나 서슴없이 미래 신산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제조업에서는 대표적인 미래 신산업으로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연료전기차, 로봇, 드론, 바이오의약, 신재생에너지설비,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전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첨단신소재 등을 들고 있다. 이들을 보면, 대부분 기존 산업이 다양한 기술들과 융복합돼 변화하거나 기능 등이 업그레이드된 것을 신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만 하더라도 기존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능이 더해진 것으로 인공지능 기술과 더불어 각종 센서, 라이다, 레이더 등의 부품기술이 추가돼 만들어진다. 전기·수소차는 동력원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서 2차 전지와 연료전지 등을 이용한 전기동력으로 대체된 것을 의미한다. 차세대 전지는 안전이나 성능 등이 크게 향상된 전지를 말하고, 차세대 반도체는 인공지능 등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거나 5나노 이하와 같이 집적도를 높인 것이다. 결국, 특정 업종을 신산업이라고 정의하기보다는 모든 산업이 지속적인 변신을 통해 미래 신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산업, 첨단 신제품을 많이 생산하면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을까? 전기자동차만 하더라도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들어가는 부품 수나 조립공정 등이 크게 단순하여져 생산에 있어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일의 성격, 임금 등의 측면에서 일자리의 질도 낮아진다. 좋은 일자리 창출은 단순히 신산업의 생산을 우리가 많이 담당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가치사슬에 있어 고부가가치부문을 우리가 담당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산업에서 가치 창출 과정은 기획, 디자인, 연구개발, 부품 조달, 제조, 판매 및 판매 후 서비스 등으로 나누어진다. 초기 기획, 디자인, 연구개발 등의 부가가치는 높지만, 제조의 부가가치는 낮고, 다시 판매 및 판매 후 서비스로 가면서 부가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러한 정의가 모든 산업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고집적 반도체 제조는 한국과 대만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제조부문이지만 부가가치가 높으며, 스마트제조가 확산되면서 생산의 부가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가치사슬 단계에 있어 우리나라는 연구개발에 강점이 있다.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64%로 주요국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값싸고, 우수한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주요 업체들도 한국을 연구개발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그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한국GM인데, 기술개발부문을 독립 법인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우리의 고용은 다양한 신산업의 창출을 위한 기획 및 디자인 등과 더불어 연구개발 부문에 집중돼야 할 것이다. 향후 스마트제조 등을 통해 국내 제조부문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제조부문에서 고용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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