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아태첨단기술전략연구센터장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아태첨단기술전략연구센터장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새로운 변화와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코로나19와 미·중 기술패권이라는 두 가지 핵심 동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9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의 부단한 변이를 통해 아직도 우리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감기로서 일상화되면서 그 영향력이 점차 소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2년 이후 우리 일상과 국가경제 그리고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는 궁극적으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전개와 양상에 따라 점차 더 많이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은 `혁신경쟁법`을 기반으로, 첨단 유망기술에 있어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고 중국과의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혁신경쟁법`은 7개의 세부 법안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에서 주목해야 할 내용은 반도체 기술·산업에서의 기술격차 유지와 기초연구 강화, 국제협력을 통한 중국견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선택적 다자주의에 입각한 동맹외교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그 핵심은 미국의 기술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전략기조는 지난해 두 차례 개최됐던 쿼드(Quad) 정상회의에서 잘 드러났다. 2021년 3월 첫 정상회담에서는 핵심적인 신흥 기술협력을 강조한 바 있으며, 같은 해 9월에 개최된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는 핵심적인 신흥 기술이 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해 디자인·개발·관리·사용돼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쿼드(Quad)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임을 천명했고, 일본과 인도 역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對)중국 견제와 쿼드(Quad)로 대표되는 선택적 다자주의, 기술 기반의 신동맹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최근에 급격히 형성된 것이 아니다. 2007년 부시 행정부에서 발표된 `21세기 해양 전략` 보고서에 의하면,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 해군의 활동은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됐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이와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일본과 인도 그리고 호주와의 관계 강화에 주력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인도·태평양은 전략적 개념보다는 지정학적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인도양은 유럽에서부터 중동을 거쳐 아시아·태평양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동시에 중국의 원유 수송로이기 때문이다. 인도양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인도와의 협력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고, 이에 따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전략의 구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일본과 호주 그리고 인도가 쿼드(Quad)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이러한 연장 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경쟁은 이미 상수이고, 향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새로운 대외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사실 현 정부의 신북방·신남방 정책은 수립 당시 시의성을 담보하고 있었고 성과도 있었지만, 수립 당시와는 국제정세가 크게 달라진 만큼 새롭게 구성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역대 정부의 대외전략을 계승할 수 있으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수립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캐나다 및 중심의 대응 방안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전략도 함께 구상돼야 하며, 그 핵심 키워드는 첨단유망기술이 될 것이다. 송치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아태첨단기술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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