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개월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충청권 공약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대선 캠프에서 자체적으로 발굴한 참신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고 기존의 공약을 재탕삼탕 한 게 대부분이다. 개중에는 굵직굵직한 지역 현안들도 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실행 방안이 없으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 공약의 신선도도 떨어지지만 후보 간 공약이 너무 비슷해 변별력마저 없게 만든다. 충청권 공약을 보면 어느 후보를 뽑아도 상관없는 도긴개긴 수준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판막이나 다름없다. 이 후보는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충청권 첨단산업벨트 조성, 충청권 메가시티 추진, 2027 충청권 하계 U대회 유치, 충청권 광역철도 청주 도심 통과 등을 제시했다. 윤 후보도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 및 대통령 제2 집무실 설치, 가로림만 해양생태관광 명소 육성, 청주공항 인프라 확충,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후보 이름만 가리면 누구의 공약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

대선 후보들이 해묵은 공약을 재활용하는 것도 한심하고, 충청권 4개 시도가 제시한 현안을 자신의 공약인양 포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는 이미 관련 법안이 통과됐고, 돌이킬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현안인데도 다시 공약으로 내걸었다.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은 빼놓을 수 없는 공약이긴 하지만 어떻게 완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향이 없다. 나머지도 앵무새 공약처럼 식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선 후보들은 오히려 1순위 공약에 포함시켜야 할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역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금강하구 복원이나 서대전역 KTX 증편은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경부·호남선 지하화나 지역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의견도 내놓아야 한다. 대전권 제2 순환도로망 구축,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 용담댐 피해 보상 등도 시급하다. `충청의 아들`이니 `충청의 사위`니 하는 말 보다 지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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