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외식메뉴를 추천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메뉴는 단연코 소고기! 그것도 한우소고기를 첫 번째로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선뜻 고르기 쉽지 않은 메뉴도 역시 한우소고기다. 그렇다면 한우소고기 가격은 왜 이렇게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수입 위주의 곡물사료, 사육과 유통에 투입되는 높은 인건비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 한우산업이 미래에 지속가능한 산업인지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현재 축산업은 농장에서 사육한 고기를 도축장에서 가공해 유통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와 제한적인 사료작물 경작지 면적을 고려할 때 기존 육류생산량을 늘리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2050년 탄소중립달성이 전 세계 국가들의 핵심의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축산업을 통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글로벌 배출량의 14.5%나 차지하고 있어서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의 반대편에 위치한 듯하여 축산업의 위기가 곧 닥쳐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축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대안으로 세계는 지금 `배양육(cultured meat)`이라는 산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8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교 마크 포스트(Mark Post) 교수를 선발로 하여 본격적으로 시작된 배양육실험은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명 `세포농업(cellular agricultur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배양육은 소, 돼지, 그리고 닭 등의 동물에서 근육줄기세포를 채취한 다음, 영양소가 들어 있는 배양액에 그 세포를 집어넣어 고기조직으로 키우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배양육의 첫 공식적 출시는 2013년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구글(Google)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투자를 받아 소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생산해 낸 햄버거 패티로, 당시 생산비용은 33만 달러로 우리나라 환율로 3억 5000만 원 정도에 달했다. 이때만 해도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겼던 배양육 시대가 이제는 현실이 됐다. 이후 미국의 스타트업 `잇 저스트(Eat Just)`라는 회사가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가공식품 판매허가를 받았다. 2020년 12월에는 싱가포르에 있는 `1880`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배양 닭고기로 만든 23달러짜리 요리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조만간 치킨 너겟 형태로 슈퍼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또한 이스라엘의 배양육 개발업체 슈퍼미트(SuperMeat)는 지난해부터 수도 텔아비브 인근에 시범 레스토랑 `더 치킨(The Chicken)`을 열어 배양육 치킨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은 배양육 요리를 맛보는 동시에 눈앞에서 직접 제품 생산과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배양육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배양`이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과 인공식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추가적인 연구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개발에 드는 비용적인 문제이다. 소의 혈청, 줄기세포 배양기 등 고가의 부재료와 설비가 필요해서 아직까지 대량생산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식품으로 개발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고급육 생산기술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배양육의 형태는 햄버거 패티나 치킨 너겟 수준의 가공육 정도이다. 스테이크나 마블링이 풍부한 등심 등 고급육을 생산하기에는 기술적인 발전이 더 필요하다.

향후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는 당연히 개선될 것이며, 미래의 식량자원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배양육을 먹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렇지만 미식가나 돈이 많은 사람들은 기존의 축산 방식으로 생산된 농장 소고기를 즐기려 할 것이고, 이로 인한 가격상승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인 지금 우리가 식탁에서 즐기는 한우와 한돈의 육질과 풍미를 마음껏 즐기는 것도 코로나블루를 이겨내는 한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으로 새해를 시작한다면 이것 또한 삶에 소소한 행복이 되어줄 것이다.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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