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근 대전세종연구원장
정재근 대전세종연구원장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장이라는 우울한 소식과 함께 새해를 열었다. 그래도 코로나19 팬데믹만 극복하면 과거의 일상을 회복하고, 사회·경제적으로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이 완화될 것이라는 희망이 우리를 버티게 한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에게 숙고와 사색의 기회를 줬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쳤던 인류에 대한 경고음이 질주를 멈추고 나니 조금씩 들린다.

이쯤에서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코로나의 극복은 전염병의 극복을 넘어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참된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코로나가 촉발한 이런 숙고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정상인줄 알았던 것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근본부터 변화시켜야 한다는 몇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첫째, 경쟁과 효율의 시대에서 포용의 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로 수십 년간 지구를 지배했던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신자유주의 이념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포용으로 수렴하고 있다. 경쟁과 효율의 적자생존 원리에서 포용과 공존의 세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배달·택배·의료·보육·요양·소매업 종사자 등 사회의 안전과 유지에 필요한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는 필수노동자들의 공공성을 깨달았다. 셋째, 인간 중심에서 환경과 생태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제 포용은 사람에 대한 포용을 넘어 자연에 대한 포용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넷째, 도시 내 사회경제적 약자를 포용해야 하는 도시의 포용성에 대해 인식했다. 다섯째, 불평등과 혐오를 극복하는 연대와 공감의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포용적으로 만드는 것, 그래서 경쟁을 통한 승자독식의 문화를 연대와 공감의 문화로 회복해야 한다.

이러한 깨달음을 잘만 활용하면 코로나는 우리에게 안겨준 고통과 위기 못지않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3월 9일,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으로 이 숙고와 사색의 결과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국민들이 정책공약으로 후보자를 판단하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가사를 망라하는 방대한 정책을 국민들이 일일이 들여다 보고 비교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최근 보수와 진보의 정책 수단들이 점차 수렴해 몇 몇 큰 이슈를 제외하고는 큰 차별성을 갖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 공약은 특히 그렇다. 한 후보가 약속하면 다른 후보가 따라서 공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후보자를 판단할 때는 공약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10년, 20년 대한민국을 도약시킬 비전·신념·철학이 더욱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앞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깨달음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깨달음은 한마디로 `포용과 공존`이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포용하고, 사회의 필수노동자들을 포용하며, 자연을 포용하고, 가장 가까운 삶의 공간인 도시와 공동체를 포용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 이 깨달음을 토대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몇 가지 위기와 도전상황에 대해 후보자들이 어떠한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보면 된다. 먼저, 계층적 지역적 양극화를 해소해 통합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본다. 둘째,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선언적 해결방안의 제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재구조화하여 기필코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가를 본다. 셋째, 메타버스 등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의 정도와 이를 국가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넷째, 탄소중립 문제를 절실한 생존 이슈로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데 따른 고통을 국민에게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려는 용기가 있는지도 보아야 한다. 끝으로, 국가 운영을 집권적·권위적으로 할 것인지 분권적으로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방자치와 지역균형의 원리 하에 지역의 창의와 혁신을 국가발전에 투입하려는 분권적 국가운영의 철학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지를 판단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재근 대전세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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