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밭 건너고 있는 李·尹
함량 미달 후보 교체 여론
정책 대결 전환 서둘러야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어찌 된 일인지 부동층이 늘고 있다. 통상 선거 일이 가까워질수록 부동층이 감소하는데 이번 선거는 그렇지 못하다. 집권 여당과 제1 야당의 후보가 워낙 리스크가 많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민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할지 마음을 정했다가도 다시 돌아선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달 들어 부동층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했는데 누가 더 많이 하락했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유례없는 비호감 대결이 부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부동층 증가는 찍으려는 후보가 있었는데 이제는 싫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20-30대와 충청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비호감이 대선판을 끌어가면서 정책대결도 완전히 실종됐다. 후보들이 이런저런 공약을 내놓지만 국민들의 시선을 잡지 못하고 있다. `충청의 사위`니 `충청대망론`이니 하는 정치 언어들도 비호감 대결 앞에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어느 대선에서나 네거티브가 있었지만 유독 이번 대선이 심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사법 리스크,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하나의 지뢰밭을 지나면 또 다른 지뢰밭이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서 형수 욕설, 아들 불법 도박과 성매매 의혹까지 비호감의 강을 건너고 있다. 대장동 리스크는 아직 진행형이고 언제 끝날 지 모른다. 후보의 말 뒤집기와 시도 때도 없는 사과는 비호감을 부추기고 있다.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말했다가 금세 "정말로 존경하는 줄 안다"고 뒤집은 부분은 압권이다.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말투에서는 대선 후보로서의 품위를 찾아볼 수 없다.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인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전 국민재난지원금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헷갈린다. 조국을 두둔할 땐 언제고 표가 될 것 같으니 조국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구했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 길이 없다.

윤 후보도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 본인의 실수나 처가의 의혹에 대한 대처가 불성실해 보일 때가 많았다. `손바닥 왕(王) 자`나 `개 사과` 논란은 서막에 불과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말실수를 하면서 `1일 1 실언`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는 식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대표적이다. 대선 후보로서의 리더십에도 의문 부호가 찍힌다. 선대위 구성 과정이나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의 갈등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다 지지율을 다 까먹었다. 정권교체론이 아직 우세하지만 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후보들의 자질이 이 모양이니 대선이 코앞인데도 후보 교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국민들 사이에 대선 후보를 잘못 뽑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대선 후보의 리스크는 곧 국가의 리스크가 될 수도 하다. 정치 혐오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국민들도 많다.

이러다가 후보들의 비호감도에 따라 20대 대선의 승부가 갈릴 판이다. 국민들도 비호감의 무게를 저울에 달아보고 투표를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더 나쁜 후보, 더 싫은 후보의 이미지를 갖고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두 후보의 자질은 오십보백보이고, 후보와 주변에 대한 검증도 이걸로 충분하다. 후보들은 이제 서둘러 정책선거로 전환해야 하고, 국민들은 후보의 자질보다 정책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싸움닭보다는 미래를 잘 설계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은현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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