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혁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책임연구원
김은혁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책임연구원
2021년의 우주탐사는 미국의 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의 화성 착륙으로 시작됐다. 퍼시비어런스와 함께 발사된 헬리콥터 인지뉴이티가 화성 표면에서 이륙하고 비행하는 모습은 마치 상상이 현실이 된 느낌이었다. 2021년 우주탐사의 마지막은 허블우주망원경의 역할을 대체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발사가 장식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임무 궤도에 안착하면 향후 10년간 우주에 대한 놀랄만한 결과를 제공할 것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우주탐사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미국의 불안감에서 시작됐다. 1990년 많은 기대 속에 발사된 허블망원경은 고장으로 인해 매우 실망스러운 첫 번째 영상을 보내왔다. 당황한 미국은 우주왕복선을 발사하여 우주인들이 직접 수리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와 동시에 수리 임무 실패시 허블망원경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우주망원경 건설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 바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시작이다. 우주탐사를 선도하지 않고서는 세계를 선도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25년 동안 미화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제 눈을 `달`로 돌려보자. 미·소 냉전시대 우주개발 경쟁에서 앞서간 나라는 소련이었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 우주인 배출 그리고 달 뒷면 사진 촬영까지 소련이 먼저 성공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은 `아폴로 계획`을 시작했고 마침내 1969년 소련보다 먼저 달에 발자국을 남김으로써 원대한 계획을 완성했다. 처음으로 미국에게 최초 타이틀을 빼앗긴 소련 역시 유인 달 탐사를 계획했으나 로켓 개발에 실패하면서 유인 달 탐사 계획을 포기하게 된다.

냉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1980년대 초 미국은 우주에서 적국의 ICBM을 요격할 수 있는 전략방위구성 계획을 천명한다. 미국 내에서조차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계획에 소련은 강하게 반대했다. 소련의 강력한 반대는 자신들은 성공하지 못했던 유인 달 탐사를 성공시킨 미국이 해당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소련은 미국과의 군비 경쟁, 우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패배감에 빠져들었고 이는 소련 해체로 귀결됐다. 즉, 아폴로 계획의 성공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길고 긴 미·소간 경쟁을 종식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우주탐사는 그동안 개발된 인류 기술의 결정체라고 불린다. 우주를 선점하지 않고 미래의 번영을 논할 수 없는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다. 그 이유는 우주에 진출하고 개발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연설에서 "쉽지 않고 어렵기 때문에 달에 가려고 한다"라고 언급했고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대한민국의 우주탐사 역사는 걸음마 수준이다. 2022년 8월에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탐사선 KPLO가 발사될 계획이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해 70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선진국에 진입했다. 짧은 기간에 우주발사체 독자 개발에 성공한 대한민국이 우주탐사에 있어서도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 서막이 될 달 궤도선 발사가 성공해 미래 우주탐사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은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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