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희 갤러리 숨 관장
이양희 갤러리 숨 관장
맥락 전환, 판을 엎을 기회가 되는 시간. 나를 뒤집어 거꾸로 들어서 내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영혼까지 탈탈 털어서 다른 사람으로 리셋(Reset)하는 것. 과거의 나와 결별하고 새로운 사고로 나를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맥락전환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전환의 기회가 오지만, 그냥 오지만은 않는다. 역경과 고통이 크면 클수록 맥락전환의 힘에 가속도가 붙는다. 즉, 맥락전환은 고통의 질량과 비례한다.

내게 맥락전환의 도구는 그림이었다.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헤맬 때 그림은 우울감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아줄이었고, 다른 세계로 탈출할 열차를 타는 티켓과도 같았다. 왜 그림은 치유와 위로가 될까? 물감 놀이만 해봐도, 미술관만 가 봐도 색채가 발산하는 고유의 에너지들을 느낄 수 있다. 초록색에서 편안함을, 파랑색에서 안정감을 느끼듯이 말이다. 색채에 작가의 생각이나 철학, 삶까지 골고루 투영한다면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혹은 추억과 치유를 선사한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삶에 매몰되기보단 스스로 극복하고, 또 삶을 전환시키고 싶어한다. 불안한 환경은 나를 잠식하고, 내 가족의 삶을 망가뜨리고 나락으로 끌어내린다. 정신이 강하다면 `이런 것은 극복하면 되지!` 라고 다짐하며 다시 일어서겠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맥락전환의 힘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누군가는 사람과의 소통에서, 혹은 책과 자연에서 그것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큰 전환의 힘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 힘은 판이 뒤집어져야만 나올 수 있다.

일상에서 찾는 새로운 에너지는 자신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무엇을 전환시키고 싶은 걸까? 어떤 판을 바꾸고 싶은 걸까? 지금의 나는 나다운 것인가? 오직 자신의 색채로 마음을 가득 채워 완전함을 품는 일. 나를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지 않고, 불안한 환경에 잠식시키지 않고, 오롯이 스스로가 믿음의 대상이 되고, 극복할 힘이 가득하다 믿는 것. 나아가 온전한 나로 우뚝 서는 것. 그것이 맥락전환의 시작 아닐까? 이양희 갤러리 숨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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