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 교수
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 교수
죽지 않는 삶은 어떤 것일까? 아니 영원한 삶이 가능할 것인가? 종교에서 말하는 그런 고차원적인 접근이 아니다. 우리의 몸에 대한 이야기다. 영원히 늙지 않는, 불멸의 삶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만약 사람들이 죽지 않는 영생을 얻는다면 최소한 천국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유한한 자원 속에 무한한 인구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다.

하지만 가끔 우리의 몸 안에서 이런 불사의 성장이 계속되는 상황이 있다. 바로 암세포가 그렇다. 어떤 세포든지 기능과 목적이 있고, 때가 되면 반드시 사라지게 된다. 사멸의 과정이 없어지고, 끝이 없이 분열하고 성장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암세포라고 부른다. 암세포는 쉽게 성장해 덩어리를 이루고 오히려 정상적인 세포 조직을 밀어내고 장기의 기능을 망가뜨린다. 이 탐욕적인 참사가 정상적인 세포 하나에서 시작된 일이고, 그 이면에는 죽지 않는 특성으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은, 죽음을 극복하고 영생하는 것이 우리 과학의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결국 죽지 않는 삶을 암이라는 병의 형태로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라고 할 것이다.

암은 한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암의 원인 규명을 잘못된 사건의 원인을 찾는 것에 비유를 하자면, 한두 가지의 증거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단순한 사건은 아니다. 집안 내력과 돌연변이 등 유전학적인 요인을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우리의 환경과 생활 습관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대부분의 암이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든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며 노화가 암 발생에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결론을 내기에는 아직도 우리의 이해는 완전하지 못한 것 같다.

암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자. 전염병은 특정 균을 밝혀내고, 그 균을 대항하는 백신 등을 만들면 해결이 될 수도 있지만(실제로 간암, 자궁경부암 등 바이러스 감염이 주요 원인인 일부 암에서도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암은 원인이 다양할 뿐 아니라, 여러 원인 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꼬집어 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소위 `예방`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기가 힘들다. 진료실에서 듣는 흔한 질문 중에 "어떻게 하면 위암을 예방할 수 있나요?"라는 것이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대답은 너무나 뻔한 건강생활에 대한 권고사항 정도다. 짜게 먹지 말 것, 야채를 많이 먹을 것, 적당히 운동할 것 등은 암 예방에 특별한 방법이라기보다는 고혈압 등 만성병을 관리하는 건강수칙에 가깝다.

암도 결국 우리의 인생을 닮아 있구나.

예방이 힘들다고 해서 암 치료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비무환`의 예방작전이 암에 적용하기 힘들다면, `초전박살`은 어떠한가? 이것은 암이 하루아침에 커지거나 진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발생빈도가 높은 위암, 대장암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고형암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하게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 경우가 흔하다. 술, 담배도 하지 않았고, 나름 정기적인 운동도 하며 건강관리를 하고 살았는데, `왜 3기 위암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환자에게, `건강검진 내시경을 조금 일찍 하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안타까운 순간이 있다.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게 된 경우다. 암을 예방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대충 살고, 방탕함을 추구하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절제된 생활습관은 여러 가지 만성병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 또한 암만큼이나 위협적인 건강의 적이 아니었던가?

매사에는 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새해에는 생사의 운명을 모르는 이 오만한 암이라는 병에게도 명백하게 종말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코로나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역사가 그러했듯이.

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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