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TNS TECH 대표
강태식 TNS TECH 대표
지금은 예전처럼 많이 걷지 않는다. 걷기보다는 자동차를 타고 이동한다. 가끔씩 걷고 싶을 때는 빠듯한 시간을 내서 걸어야 한다. 걸어 다닐 때보다 차를 타고 다니니 시간은 많은 것 같은데 걸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현대는 바쁜 생활이지만 그래도 잠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야 현재 내 위치를 알 수 있다.

걷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과거의 회상이다. 걸을 때 많은 자연이나 주위상황을 보게 된다. 시장 같은 곳을 걸으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보고, 도심을 걷다 보면 바쁨과 활기를 보고, 숲이나 한적한 자연 속을 걷다 보면 편안함과 숲속에서 혼자라는 약간의 두려움도 느낀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렸을 때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혼자가 아닌 여러 명이서 걷다 보면 본인이 어렸을 때나 혹은 젊었을 때 경험했던 느낌에 따라 옛날이야기 하면서 그 당시 추억을 소환한다. 동행하는 사람이 동년배면 동시대를 살아왔음에 격한 공감을 하고 나이가 많은 어른이라면 그 분의 경험 속에서 내가 살았던 과거보다 더 오랜 과거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한마디로 걷는 것은 과거로의 여행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고 과거 속에서 또 다른 지금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시인 이흔복은 시집 `내 생애 아름다운 봄날`에서 `삶이란 현재와 미래보다 추억에 훨씬 가깝다. 나는 왜소하고 고독했다`라고 말했다. 결국은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다. 지금 현재는 몇 년이 지나면 또 과거가 된다, 몇 년 후에 현재 나를 다시 소환할 것이다. 사람마다 과거는 다르지만 머릿속에 각인된 기억은 아주 나쁜 과거나 아주 색다르거나 행복한 과거다. 우리 뇌가 그런 것만을 장기기억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아주 나쁜 과거는 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운 좋게 넘어갔음에 감사하고 그냥 나쁜 추억으로만 남길 바라면서 말을 하고, 즐거웠던 과거는 흥분하면서 그때의 들뜬 기분을 떠올린다. 그 기분은 엔돌핀이 되고 그 경험이 있었음에 지금 내가 있다고 고마워한다. 그렇게 때문에 걷는 것이 즐거운 법이다.

같은 동네 같은 지역을 걷는 것이 지루하다면 주변에 동호회를 찾아 본격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걸어보자. 한국은 지자체별로 걷기코스를 개발하고 또 정비하고 있다. 한국은 `코리아둘레길`이라고 해서 전국 가장자리 길을 연결한 걷기길이 있다. 길이는 무려 4544㎞다. 좀 더 자세히는 비무장지대의 DMZ 평화의길, 동해의 해파랑길, 남해의 남파랑길, 서해의 서해랑길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4544㎞라면 도대체 얼마나 긴 거리인가?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00㎞라고 생각하면 10배가 넘는다. 자동차로 왕복 5번이 넘는 대장정이다. 걸어서 얼마나 걸릴지는 가늠도 안 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구간 구간 나눠서 걸으면 어떨까?

충청도는 서해랑길에 포함된다. 서해랑길은 대부분 바닷길을 타고 도는 코스가 많다. 실제로 직접 경험해 본 태안둘레길은 바다를 끼고 돌면서 바다와 산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태안은 7개 코스로 트레킹 코스가 조성되어 있어 한 코스 한 코스마다 다른 경치를 선사한다. 바닷길을 걷다 보면 경치 좋은 곳에서는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바다 너머 해가 질 때 빨간색의 바다를 보는 즐거움도 걷는 즐거움 중에 하나다. 길을 잊을 염려가 있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코스마다 이정표가 잘 돼있기도 하지만 부족하다면 휴대폰에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두루누비`라는 앱을 깔면 손쉽게 걸을 수 있다. 지도를 내려 받아 걸으면 내가 지금 어느 지점을 걷는지 알 수 있다.

한 달에 한번이라도 가까운 서해랑길이나 태안둘레길을 코스별로 4-5시간을 걸으면서 바쁨 속에서 잊어버렸던 과거를 떠올려 보자. 돌아가고 싶지 않는 과거도 있겠지만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있다는 감사한마음을 가지면 그날 걷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강태식 TNS TEC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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