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어릴 적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종교와 관계없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산타클로스`다.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에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산타클로스라 하면 선물이 떠오를 것이고, 머리맡의 양말과 함께 굴뚝이 연상될 것이다. 굴뚝은 산타클로스가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집으로 들어오는 통로이지만 지금은 대부분 굴뚝 없는 집에 살고 있기에 생경하다.

과연 산타클로스는 굴뚝을 통해 어떻게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처럼 온돌을 주된 난방 방식으로 쓰는 굴뚝은 매우 가늘며 아궁이에서 연기와 열기가 배출되는 형태를 지닌다. 즉 사람이 통과할 수 없는 구조다. 실제 산타클로스가 통과할 수 있는 굴뚝은 서양식 건물에 벽난로가 연결된 굴뚝이다. 거실에 설치된 벽난로에 장작을 때고 그을름과 연기가 굴뚝을 통해 건물 밖으로 배출되게 된다. 우리나라 주택 구조상 벽난로를 설치한 집들은 거의 없고, 전원주택이나 이른바 별장으로 분류되는 건물구조에서 가끔 볼 수 있을 것이다.

산타클로스가 드나들 수 있고 낭만적인 분위기의 벽난로가 연상되는 이런 굴뚝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굴뚝 청소부라는 직업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존재하고 있지 않겠지만 우리나라에도 근대화 과정에서 잠시 등장했던 직업군이기도 하다.

서양 건물 특성상 벽난로와 굴뚝은 흔하게 발견되는 난방구조였으며 열의 효율을 좋게하고 화재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굴뚝 청소는 필수적이었다. 전문 직업군으로서 굴뚝청소부는 매우 활발하게 활동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며 석탄을 이용한 난방이 증가하게 된다. 이때 열 효율을 좋게 하기 위해 직경을 좁게 만든 굴뚝이 설치되게 되었는데, 이 좁은 굴뚝을 청소하기 위해 열 살 미만의 아동들이 투입되게 된다. 좁은 공간을 쉽게 이동하기 위해 아이들은 거의 알몸인 상태로 굴뚝 청소를 했다. 하루 종일 숯 검댕 속에 일한 아이들은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그러던 중 굴뚝 청소부 아이들 중 특정 부위에 암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개별적 발생이라 생각했지만 많은 아이들에게서 같은 부위에 암이 발생하는 것이 보고됐다. 사실 굴뚝 청소부에서 최초(1775년)로 암을 보고한 것은 영국의 사인 포트에 의해서다. 환경인자로 인해 암 발생을 최초로 묘사한 업적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발생한 암은 1930년대에 와서야 실험을 통해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물질에 의한 것임이 알려지게 되었다. 좁고 어둡고 위험한 굴뚝에서 목숨을 걸고 굴뚝 청소부 작업을 하던 아이들, 목숨을 유지했지만 지속적인 발암물질에 노출돼 결국에는 암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산업혁명의 목적하에 형편이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을 산업 현장에 내몰던 암울한 시대의 결과다. 어린이들이 가혹한 노동 현장에서 고통당하고 질병을 얻고 목숨을 잃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1800년대 중반에는 법으로 아동들의 산업 현장 투입을 제한하게 됐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 위생적인 환경도 아울러 개선됐다. 산업혁명으로 인간답게 살 권리보다는 생산증대와 경제발전이 우선시 되던 시대의 씁쓸한 뒷모습이다. 지금 시대는 아이들의 교육과 위생적인 면이 우선시되어 큰 걱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풍요의 시대에서 아직도 우리 주변에 어려운 환경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 넉넉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볼 때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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