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흰수마자, 맹꽁이, 광릉요강꽃, 귀이빨대칭이, 장수하늘소, 붉은점모시나비, 풍란, 반달가슴곰, 담비…이상 나열한 이름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까운 장래에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생물로 법에서 보호·관리하는 법정보호종이다. 우리나라에는 267종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 및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1971년 4월 충북 음성에서 밀렵꾼 총에 희생되면서 황새들이 이 땅에서 사라졌었다.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의 25년에 걸친 노력으로 이제 야생에서 황새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리산의 반달가슴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오랜 시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서야 앞으로 100년 뒤에도 생존가능한 최소존속개체군 복원에 성공했다. 왜 우리는 황새를, 반달가슴곰을, 붉은점모시나비를 복원하고 증식해야 하는가. 인간과 자연, 자연과 자연의 연결성의 회복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생명의 소멸과 감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 저녁마다 논에서 들리던 뜸북새 소리는 이제 동요로만 남아있다. 지구상에 생물종이 하나둘씩 사라지면 결국 인간도 존재의 근간을 잃어버리고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870만여 종의 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5차 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1.5도보다 높은 2도로 상승한다면 지구상의 곤충은 10%, 식물은 16%, 산호초는 99%가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생명이 사라지는 지구에서 우리 인간이 건강하게 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지구의 유전적 다양성, 생물종과 생태계의 건강성이 우선적으로 확보돼야 더불어 잘 살 수 있다. 그들이 우리 존재의 기반이고 우리 인간의 삶도 그들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번 우리 땅에서 사라진 야생동식물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노력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야생동식물은 국가 생물자원의 기초로서 국가경쟁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쳐, 생물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국가는 생명공학기술 분야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 유전자원을 사 올 때만 금전적으로 지불하면 해결될 간단한 문제들이 앞으로는 국가간 생물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국제협약인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유전자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유전자원의 이용을 통해 얻은 이익도 제공·보유 국가와 공유해야 한다. 다양한 생물자원을 보유한 국가만이 강국이 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기후변화 등으로 생명이 사라져 가는 세상에도 매년 겨울철이면 밀렵이 성행한다. TV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오소리, 너구리와 같은 야생동물이 올무 등의 엽구에 걸려서 죽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될 안타까운 현실이고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멸종위기종의 증식과 복원은 정부 단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금강유역환경청에서는 광릉요강꽃, 귀이빨대칭이,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환경을 보호·관리하고 있다.

특히 몇 해 전부터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매년 추진해 오고있다. 지자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 서식지외 보전기관, 유원대학교와 시민단체 들과 힘을 모아 감돌고기(대전) 방류와 붉은점모시나비(영동) 방사 등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K-water, 옥천군 및 시민단체와 금강에 꾸구리를 방사했고 흰수마자, 미호종개도 추가 방사할 계획이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은 결국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이제 더 이상의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막고 회복으로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감소하거나 소멸해가는 지상의 생물들도, 코로나로 지친 우리의 일상도 건강한 자연을 통해 회복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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