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식 세종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공동위원장
이두식 세종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공동위원장
얼마 뒤 마주할 2022년, 궁금증이 생긴다. 코로나19로 들어선 어두운 터널의 끝에는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 끝은 언제일까…. 아마도 모든 인류가 성급한 기대와 깊은 고민에 빠져있을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깊은 혼돈에 빠진 지난 2년의 세월을 겪고 나니, 이 겨울이 더욱 특별하다. `새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마주한 채, 이에 부응할 만한 새로운 것으로 나를 채우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하는 단순한 고민에 빠질 때쯤, 여러 번뇌 속에 필자의 답은 하나로 귀결됐다. 그건 바로 `나를 찾는 일`이었다. 쉼 없이 달려오던 지난 과거의 행적에 잠시 쉼표를 찍어볼 수 있는 순간, 어쩌면 너무 많은 것들에 지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시간이다.

그러고 보면, 한 해의 시작은 겨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 것이 녹고, 깡 마른 나뭇가지에 새순이 솟아나기까지 겨울은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 계절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뤄야 하고, 또 누군가를 만나야 하면서, 목표한 바를 해내야만 하는 강박에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겨울 만큼은, 하얀 눈 위에 딛는 내 발걸음이 곧 나만의 그림이 되지 않는가. 겨울의 고요함에서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미국의 시인 앨런 긴즈버그의 수많은 시 중 특히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한때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 네가 그것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너에게 돌아온다. / 그것들은 너 자신의 일부가 된다.`

앨런 긴즈버그의 시에는 `나`, 그리고 `인간`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많다. 그는 1950년대 급속히 진행되던 산업화에 인간 정신의 회복과 자연 친화적 사상, 윤회사상 등을 글로 표현하며 획일화되는 인간상(人間像)을 경계한 인물인데, 훗날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혁신가들이 가장 즐겨 찾던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기술의 혁신에 맞선 채 사람이 중요하다고 외치던 작가와, 그 작가를 갈망하는 기업인들의 관계가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반문화 운동을 하던 이들에겐 컴퓨터가 인간성을 말살하며, 권력자들이 남용할 도구로 받아들였지만, 반 세기가 지난 지금은 개인의 표현과 자유를 상징하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도구의 목적성이 분명해지고, 또 다른 부수적인 것들이 발전하는 세상을 우리는 경험했다. 편향된 사고방식에 대한 견제와, 엉뚱하고 허무맹랑한 사람들의 상상력은 모두 소중한 가치가 있다.

혁신은 특별한 것이 아닌, 본연의 내적가치를 바탕으로 근(根)본이 겹겹이 쌓인 결과물이 아닐까. 나의 일이 당장에 국가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장은 예단할 수 없다. 지금 10년, 20년 뒤의 평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끔은 현재에 집중해 보자. 기업은 기업 본연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내가 만드는 물건과 제공하는 서비스가 누구에게 전달되고, 어떠한 효익을 제공하는 지, 기본을 돌아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존재가치를 다시 일깨우고, 조직원이 하나 돼, 작은 보람을 채워갈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세상에 한발 다가가는 일이 아닐까.

또 다른 시인이 얘기했다.`기쁨과 슬픔, 그 어느 하나라도 거부한다면 삶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행복한 순간도, 그렇지 않은 순간도, 모두 우리 삶의 일부다.

꽃씨를 품은 채 겨울을 나는 벚나무처럼, 한 줄기의 물을 끌어 올려 잎을 피우기 위해 애쓰는 꽃나무처럼, 2022년에는 우리 모두가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를 갈망해 본다. 이두식 세종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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