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중고거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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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부터 신발까지 리셀테크 인기 나날이 ↑

- 중고거래에 분쟁해결 돕는 관련법도 발의돼

중고거래 시장이 과거 단순한 물물교환·거래를 넘어 명품 리셀부터 퀵 배송서비스까지 다각도로 뻗어 나가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중고거래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결과다. 잘만 찾는다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값을 매겨 팔 수 있다는 점 등이 최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합리적인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중고거래 시장은 이제 소비자들에게 빠져선 안 될 주요한 소비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 원에서 지난해 20조 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당근마켓은 올해 월간 이용자 수가 142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플랫폼 번개장터 또한 취향 맞춤형 거래 상품들이 속속 올라오면서 지난해 연간 거래액 1조 3000억 원을 달성했다.

최근 중고거래 흐름은 오래되고 낡은 물건을 저렴하게 사고 파는 것보다 질 좋은 제품을 되파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중고임에도 `한정판`이라는 이유로 정가보다 웃돈을 얹은 가격에 사고파는 리셀테크가 퍼지면서다. 판매자에겐 비교적 소자본을 들여 높은 수익률을 볼 수 있다는 점으로, 구매자에겐 가치소비를 자극해 희소 상품을 소유했다는 점 등으로 리셀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관련 플랫폼들도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모습이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가 마련한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랩(BGZT LAB)`이 대표적이다. 번개장터 초성을 딴 이름의 편집숍으로 중고 스니커즈, 증고 명품 등 소비자들 취향에 맞춘 특화된 리셀 오프라인 매장을 구현했다. 번개장터는 올 초 브그즈트 랩 1호점을 연 데 이어 10월과 11월, 2호점과 3호점을 잇따라 선보였다.

여기에 통상 거래자 간 직거래가 이뤄지던 중고거래 시장에 배송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보다 소비자들의 편의성도 높아지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난 4월 우선 서울 일부 지역에서 당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4000원을 내면 판매자의 집 앞으로 배송 담당자가 직접 방문해 구매자 앞으로 물건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번개장터 또한 포장택배 서비스부터 퀵 서비스 배송 등을 도입하면서 배송서비스를 넓혀가고 있다.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중고거래 시장에 관심을 더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3월 중고나라 지분 95% 규모를 유진자산운용·NH투자증권-오퍼스PE(기관투자형 사모펀드)와 공동 인수했다.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롯데하이마트도 지난 10월 온라인 쇼핑몰에 중고거래 플랫폼 `하트마켓`을 오픈했다. 현대박화점도 이미 중고거래 시장에 발을 담근 상황이다. 번개장터가 지난 2월 문을 연 브그즈트 랩 1호점이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위치하면서다.

급격히 성장하는 중고거래 시장에 따라 중고거래 분쟁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법도 발의된 상태다. 지난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중고거래 분쟁해결을 돕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전자개인거래중개사업자`로 정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전자거래법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조항을 준수하도록 한 것이다.

또 전자개인거래중개사업자가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합의 하에 간이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간이 계약서에는 △판매자에 관한 정보 △계약 조건 △매매 금액 △교환·반품 절차 등을 명시해 분쟁 발생에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부의장이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고거래 1위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접수된 중고거래 조정 신청은 2019년 19건에서 올 11월 1512건으로 2년 새 79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 중고거래는 대부분 채팅을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분쟁 시 사실관계를 밝히기 어렵고 명확한 규제 정책이 없는 상황이다.

김 부의장은 "중고거래 분쟁 조정은 판매자가 거부하면 피해 구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플랫폼과 담당 부처가 적극적으로 분쟁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개정안이 중고거래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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