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키맨 중 한 사람인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그제 저녁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직접 담당했으며, 윗선과의 연결고리를 밝힐 수 있는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성남의 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1, 2차 평가에 참여했고, 민간업자에게 수천억 원의 추가 개발이익을 몰아준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에 관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죽음은 대장동의 또 다른 키맨인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11일 만의 일이다. 다만 김 처장은 유 전 본부장과는 달리 검찰의 참고인 조사만 받았는데도 같은 길을 선택했다. 대장동 의혹을 밝혀 줄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들이 진실을 밝히지 않고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상급자인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도 검찰 압수수색 당시 집에서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대장동 게이트의 관문을 지키던 문지기들의 죽음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성남시 산하 공기업 간부들인 이들은 상급 기관인 성남시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 검찰의 수사가 이런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윗선보다 실무자 위주로 진행되면서 이들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3개월 동안 대장동 수사를 끌어왔지만 뭐하나 제대로 밝혀낸 게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나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검찰이 더 수사를 진행한들 대장동의 몸통이나 `그분`의 개입을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연결고리가 하나 둘 끊어지면서 대장동의 윗선 규명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장동 일타강사로 불리는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은 22일 "연쇄적인 죽음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으로 의문시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수사는 이제 더 신뢰할 수도, 더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죽음의 행렬을 멈출 유일한 방법은 특검뿐"이라는 야권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