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번꼴 정기 검진 이상징후 발견 어려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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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경북 구미에서 친모로부터 버림받은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지난 6월에는 대전에서 생후 20개월 된 여아가 20대 남성에게 살해된 데 이어 이달 20일엔 경기 오산에서 탯줄도 잘리지 않은 영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이 됐지만 영유아의 경우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매년 영유아 학대·사망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건강검진에 중점을 둔 미온책에만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선 현장과 전문가들은 영유아를 대상으론 제대로 된 논의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22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동학대 피해 영유아(6세 미만)는 총 5860명에 이르며, 전체 아동학대 피해자(17세 이하)의 18.96%에 달한다.

특히 문제는 영유아의 경우 아동학대가 사망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다른 나이대 보다 매우 잦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숨진 영유아는 32명으로 같은해 전체 아동학대 사망 사례(43명)의 74%에 육박하며 이 가운데 1세 미만은 무려 20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의 경우 의사 표현에 한계가 있는 데다가 자기 방어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이러한 실태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등은 2018년부터 정기 건강검진 여부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출결 등 데이터를 활용해 학대 사례 발굴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보육시설 출결은 부모가 자녀를 재택에서 돌보게 되면 사실상 무용지물인 데다가 현 시점에선 코로나19 사태로 뚜렷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숨진 전체 피해 아동 가운데 절반 가량(21명)은 교육·보육시설에 다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사실상 건강검진을 토대로 한 사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됐지만 이마저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생후 12개월 전 두 차례에 이어 매년 1번 꼴로 정기 검진이 이뤄지는데, 그 사이의 간극이 이상징후를 포착하기엔 길다는 목소리다.

이와 함께 영유아 검진 수가가 낮아 일부 의료기관의 기피 현상이 일고 있는 만큼 주의 깊게 관찰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건강검진을 받지 않을 경우 읍면동 주민센터의 공무원이 자택을 방문하는 사업도 병행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한 실무진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방문 이유를 밝힐 수 없는 데다가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수차례 방문하더라도 사례 확인이 쉽지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영유아 맞춤형 정책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별도의 제도적 안전망이 절실하고 선제적인 예방책에도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며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선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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