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여성기자협회, 수명 다해 사라지길 바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 출신인 자당 소속 조수진 의원과 김은혜 의원을 사실상 비교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 축사에서 "송 대표님 다리가 아프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그런데 저는 다 아시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앞서 축사를 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발목 인대 수술을 받아 목발을 짚고 나와 축사를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송 대표의 `목발 축사`를 가리키며 "제가 공교롭게도 저의 당내 여성 언론인 출신 정치인과 갈등이 있어서 이 자리에 오는 것이 참 더 특별하다"며 "저는 마음이 아프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이 대표는 전날, 동아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당 최고위원과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의원과 지휘체계 문제로 갈등을 벌인 끝에 선대위 모든 직책을 내려놓았다.

사실상 조수진 의원을 지칭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이 대표는 MBC 기자 출신인 김은혜 의원에 대해선 "여성 언론인 출신으로 당당하게 활동해오는 의원을 보면서 현장에서의 경험이 여러 사안 앞에서 당당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 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거기 들어가서 설계도를 빼 올 정도의 용기면 아마 정치적으로 두려워할 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선대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은혜 의원의 실명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김 의원은 MBC 기자 시절 붕괴된 삼풍백화점 설계도를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그런 용기를 존중한다. 함께 일하며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김 의원을 향한 상찬이다.

이 대표는 여성기자협회에 대해선 "여성 기자들의 모임이라는 게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여성 기자들의 언론 취재 환경이 아직 완전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며 "여성기자협회가 수명이 다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기자협회가 없어지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불합리한 취재 관행,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 취재 환경과 언론 환경을 개선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관련해선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돼서 혹시 어떤 용기 있는 여성 기자가 손들고 `무슨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냐`고 질문해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고 취재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경기방송 기자이던 김예령 선대위 대변인이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질문했다가 여권 지지층의 거센 반발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제가 사전 통보 없이 잠적해서 여성 기자분들이 가정과 이준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본인 집이 아니라 제 집 앞에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하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당 대표 패싱` 논란이 일던 지난 달 29일부터 나흘 동안 당무를 접고 전국을 잠행하며 돌다아 윤 후보와 이른바 `울산 담판`을 통해 당무에 복귀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선대위 사퇴 이후 대선 역할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준석이 빠져야 이긴다고 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시라"고 말해 불편함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복귀 가능성이 전혀 없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엔 이 대표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유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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