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된 무기력은 실패에 대한 좌절과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사람으로 하여금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고 이는 실패경험이 많아질 때마다 점점 커진다. 지금의 코로나19가 딱 그런 것 같다.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시작되자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캠을 켜지 않은 채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제발 캠 좀 켜라고 닦달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믿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다음 주에는 얼굴을 마주보면서 수업을 할 테니 말이다. 깜박 잊고 마스크를 안 한 채 밖에 나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집으로 되돌아오던 일도 이젠 그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우리 사회는 또 다른 경색국면을 맞고 있다. 여전히 많은 수업은 비대면이며 확진자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건 백신을 맞아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3차까지 맞아도 걸린다는데 할 말이 없다. 유난떠는 것 같지만 허망스럽고 두렵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앞두고 정부는 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이 두 날 만큼은 마음 편히 보내나 했더니 물 건너갔다. 조금만 버티면 되겠지 한 것이 벌써 2년이다. 이젠 다들 지친 것 같다. 이 속 터지는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길어도 끝이 보이면 희망을 갖고 참는데 이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니 거기서 오는 막막함과 무력감이 우리의 일상을 짓누른다. 솔직히 이제는 될 대로 되란 생각마저 든다.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믿을 때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계속 놓여 있을 때 우리는 큰 공포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노력해도 결과는 그대로일 때 사람은 쉽게 지치고 포기한다. 그러나 이겨내야 한다. 지금도, 앞으로도 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은 우리가 그 동안 이뤄왔던 모든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트리고 만다. 자포자기 하는 것! 우리는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내년에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생길 것이다. 바이러스란 그런 식으로 수 만년을 인류와 공존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거센 파도일지라도 해안가 작은 모래 알갱이들을 만나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우리의 강한 신념과 연대(連帶)를 통해 이 못돼먹은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새해에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우리의 노력과 믿음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이제까지 잘 버텨왔지 않은가? 영화의 한 대사처럼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우리에겐 그럴만한 힘과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 원고를 마치며 새해 독자들의 가정과 직장에 건강과 화평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임진섭 배재대 실버보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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