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 건축공학부 교수
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 건축공학부 교수
며칠 전 제주 지진으로 나라가 한바탕 떠들썩했다. 제주 서남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행히 현재까지 사람이 다치거나 건물이 파손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2017년 11월 우리를 놀라게 한 포항 지진을 떠올려보자. 규모 5.4의 포항 지진은 부상자 135명, 1700여 명의 이재민, 2297곳의 건축물 피해가 발생했으며 재산상 피해는 3323억 원에 달했다. 제주 지진과 포항 지진의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지진 규모는 0.5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지진이 가지는 에너지를 계산할 때 규모 1의 차이는 에너지로 32배가 늘어난다. 제주 지진은 포항 지진의 20% 정도 에너지를 가진 지진이다. 포항 지진의 발생지인 진원은 포항시내였고 제주지진의 진원은 40㎞ 떨어진 해역이었다. 지진 에너지 크기는 작더라도 제주도내 진원이 있었다면 아마 피해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지진과 함께 커다란 피해를 입히는 태풍의 경로는 거의 정확하게 예측을 한다. 북태평양 고기압 등 기온, 기압, 풍향만 제대로 관측하면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해 태풍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지진예측은 어떠한가. 이번 제주 지진에서도 일부 언론은 유례 없는 참돔의 풍어를 가지고 제주 지진의 전조현상일 수 있다는 누리꾼 얘기를 전하고, 제주 지진도 포항 지진 때도 지진이 발생할 때 나타난다는 구름인 지진운이 지진의 전조현상이라 주장하는 누리꾼들의 얘기를 덧붙인다. 예전부터 과학자들은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 지진 전조현상에 대해 고민했다. 대지진 발생 전에는 수천 마리 두꺼비 떼의 이동 등 동물의 기이한 행동, 저수지 및 우물의 급작스런 수위변화 등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진 발생과 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

지진 예측이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1995년 일본 고베 지진 직후였다. 이 지진으로 6437명의 사망자와 4만 3792명의 부상자 그리고 재산상 100조 원의 피해를 입었다. 세계 제일이라는 일본의 내진기술은 크게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내진설계 개념이 바뀌게 된 동기가 됐다. 이때 일본정부는 미국 등을 비롯해 공동으로 지진과 관련 두 종류의 연구를 주도한다. 지진예측 연구와 지진방재 연구였다. 지진 예측은 불가하다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앞으로 어디에서 지진이 일어날 것인지는 말할 수 있지만 언제 일어날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그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진예측보다는 지진방재 연구를 더욱 활성화해 지진과 싸워 이기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이젠 충청지역으로 돌아와 보자. 우리 지역의 지진에서 1978년 홍성 지진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홍성군청 주위가 진원이 되어 군청 주변에 심한 피해가 집중되고 건물파손 118동, 건물균열 1000여 곳 등의 피해와 땅바닥이 바닷물처럼 파도를 쳤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한다. 홍성지진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지진에 관심을 가지고 체계적인 지진관측업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 정부가 발표한 건축물의 내진율(기존 건축물 중 내진성능이 확보된 건축물의 비율) 중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은 13.1%라고 한다. 광역단체 중 경기 20.7%, 울산 18.9%, 서울 18.2%, 세종 18.1%, 대전 17.2%, 충남 11.2%, 충북 10.8%다. 충남·충북은 모두 평균 이하의 내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내진설계 의무대상도 확대, 2층 이상 또는 200㎡ 이상 건축물 및 모든 주택은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자. 내가 살고 있는 집,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있는 옛집, 이웃이 살고 있는 집은 지진에 대비가 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언제 지어졌는지를 알아보고 우리 스스로 내진대책을 세워보자. 각 지자체는 민간의 내진대책을 위해 다양한 행정적 준비를 하고 있다. 강하고 아름다운 건축이야말로 제대로 된 아름다운 건축일 것이다. 마치 1200년 세월 속에 지진과 태풍에 버티어온 불국사와 첨성대처럼 말이다. 포항과 제주지진은 말한다. 미리 대비하라고.

이승재 교수(한국기술교육대 건축공학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