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율리시즈 Ulysses라는 글쓰기 전용 앱을 내돈내산했다. 한밭춘추 칼럼을 제안받고 제일 먼저 한 일이다. 글 못 쓰는 사람들의 특징이 도구 탓하는 거라서, 이것저것 꼭 필요한 것 마냥 사들였다. 40만 원 하는 일본산 해피해킹 영문 키보드가 왠지 굼떠 보여 키크론 블루투스 키보드로 교체했다. 눈부신 형광등 조명 대신에 30만원하는 OLED 스탠드를 모니터 옆에 두었다. 하지만 노안, 게다가 근시와 난시가 섞인 시력은 값비싼 다초점 렌즈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두어 달 지나면 초점이 맞지 않고 모니터 글씨가 잔상과 함께 흐릿해진다. 안과 수술을 해야 하나.

율리시즈는 `#`을 먼저 쓰고 글을 쓰면 제목이 된다. 제목은 중요하다. 맞춤한 제목이 떠오르면 글이 술술 풀린다. 꼬꼬무처럼 이어져 금세 1,000자를 넘어선다. 하지만 제목이 정해지지 않으면 헤매기 일쑤다. 쓰고 지우고, 쓰고 거꾸로 화살표를 사정없이 누른다. 한 단락을 채우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글 쓸 때는 제목을 먼저 생각한다. 대부분 문장이 아니라 단어 한 개다. 그런데 그 단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지금도 `#` 뒤의 제목이 비어있다.

지난 3월부터 한밭춘추에 글을 올렸다. 오늘은 스물아홉 번째 글이다. 그리고 마지막 칼럼이다. 두어 번 글을 올리고 나니 대전일보를 구독하는 어르신 몇 분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자랑삼아 몇몇 지인에게 인터넷판 기사의 URL을 문자로 전송했다. 호들갑 떠는 친구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전사람이 대전일보에 글 한 줄 올리는 거, 큰 영광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매일매일 글 쓰는 사람은 대단하다. 일주일에 한 번, 징검다리로 한 번 씩 글을 올리는 것도 버거운데 매일매일 마감에 쫓기다니 생각만 해도 손바닥에 땀이 난다. 그래도 화요일 아침이 그리 괴롭지는 않았다. 이제는 1,000자, 네 단락 쓰기가 그렇게 두렵지 않다. 한밭춘추를 연재하면서 얻는 가장 큰 수확이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는가. 평범한 도예가의 심심한 글을 누가 거들떠보겠는가. 덕택에 행복했다. 하지만 아직도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다. 고심 끝에 `무제`를 단다.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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