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세종시대(재위기간 1418-1450) 과학적 성과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한 일본인에 의해 소개됐다. 동경대 이토야마 교수는 `일본과학기술사전`에서 1400년-145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명된 노벨상급 과학기술은 모두 62건이며, 이 가운데 조선에서 발명된 것은 절반에 가까운 27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중국 5건, 기타국가 28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대표적으로 석빙고(세종 2년), 자격루(세종 16년). 측우기(세종 23년), 훈민정음(세종 25년), 철제화표(세종 26년) 등이 꼽힌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기후재앙, 초고령화시대 등 어려운 세상에 직면하고 있다. 인류가 당면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과학기술혁신이 중요하다. 우리 일상생활 그 자체인 과학기술은 더 이상 과학자의 몫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몫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을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할 것이다. 미중 패권싸움도 첨단 과학기술의 경쟁이라 말할 수 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지만 당선이 되면 나 몰라라 하는 식이었다. 난세를 헤쳐 나갈 방안으로 세종의 리더십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세종의 리더십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세종의 시대정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세종은 철저한 애민정신을 뼈 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문자가 없는 백성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농사직설`과 `향약집성방`을 집필토록 해 우리 기후에 맞는 농사법과 의학을 발전시켰다. 이는 명나라의 눈치를 보면서 이뤄낸 업적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세종은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했다. 천민출신 장영실을 파격적으로 기용해 일상생활과 농업에 중요한 해시계(앙부일구), 물시계(자격루) 등을 제작했다. 셋째, 세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의 성군이었다. 새로운 토지세법을 세우기 위해 1430년 약 17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했다. 당시 찬성이 많았음에도 바로 시행하지 않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17년이 지난 뒤 새로운 토지세법을 실시했다. 넷째, 백성의 인권을 존중했다. 억울함이 없도록 3심제도의 초석을 마련하고 양반집 부녀자와 달리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노비에게 100일간의 출산휴가를 부여했다.

4차 혁명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가사회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세종의 리더십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12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강조하면서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으로 승격시켜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교육부총리와 과학부총리를 합하여 교육과학기술부로 강등시켜 버려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둘째,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의장 대통령)의 당연직 상임부의장에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을 겸직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세종과학기술연구원은 정책보고서에서 이 방안을 제시했다. NST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지원·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관이다. 우리가 최빈국에서 중진국이 되는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출연연의 역할이 지대했다. 국가경쟁력이 있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NST의 위상제고와 출연연의 새로운 역할과 자율성이 중요하다.

셋째,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예산이 뒷받침 되는 국가과학기술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방향성 있는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인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특혜 받은 과학기술인은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 소명감 있는 연구철학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 탄소중립, 식량대란 등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차기 정부는 애민정신과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세종의 리더십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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