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
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
미국에서 때아닌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으로 80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세계 최고의 선진국에서도 속수무책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보다 더 가파르게 기온이 상승해 매년 이상고온이 발생하고 있다. 이상기후는 폭우와 가뭄, 폭설의 우려를 낳으며 국민 생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사회는 인류가 지구촌에 살아남기 위해 자연을 제대로 관리해야 함을 깨닫게 됐다.

숲은 국제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탄소 흡수원이자 저장고다. 그런데 숲도 인류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숲이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드문드문 죽어가고, 울진에서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집단으로 죽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울진의 금강소나무가 집단으로 죽은 모습을 보면 의미심장하다. 소나무는 원래 다른 나무보다 건조한 곳에서 잘 버티는 종류다. 그런데 산 정상 부분 남쪽을 향하고 있는 건조한 곳에서 소나무가 대량으로 말라 죽었다. 따뜻해진 겨울에 눈은 적게 내리면서 수분이 부족하게 되자 소나무조차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숲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잘 적응하는 편이지만, 불쑥불쑥 한계선을 넘는 이상기후 현상은 숲 생태계의 인내심과 회복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대학 시절 야생조류연구회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새가 사라지면 사람도 살 수 없다"는 문구를 가슴에 붙이고 다닌 적이 있다. 새는 자연생태계의 지표라고 주장했던 까닭인데 숲이 사라지면 인류도 살 수 없다는 것은 더욱 명백한 사실이다. 이제 지구상의 생명체와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변화를 멈춰야 한다. 숲의 나무들이 집단적으로 죽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회복 가능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어야 인류도 지속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상기후에 취약한 숲을 미리 파악하고, 피해 위험도가 높은 지역은 나무의 생육 스트레스를 낮춰 이상기후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 온난화 속에 우리 주변 숲은 건강하고 회복력이 큰 숲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한겨울의 따스함이 숲의 건강을 해치고, 그 결과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깨지는 치명적인 결론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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