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스포츠클럽 준비에 대한 글을 이어가보자. 지난 11월 23일의 글에선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스포츠클럽법과 관련하여 준비할 두 가지를 말했다. 운동시설 확보와 지도자 풀 형성. 여기에선 좀 더 급진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제목이 말하듯, 지역민의 스포츠 활동을 관리해 줄 시스템 설계가 그 주제다. 스포츠클럽은 바로 이 시스템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 핵심은 지역민의 스포츠 활동을 체계적으로 보살펴 주는 것. 당연히 그 시스템은 유료 회원 기반으로 돌아가야 한다. 스포츠 활동은 공짜라는 인식,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왜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재미 추구`와 `건강 관리`다. 학교운동장에서 소리 지르며 축구를 하는 중·고등학생들이나 주말 축구 동호회에서 숨을 헐떡이며 공을 차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이 축구를 하는 이유는 `재미`에 있다. 반면, 새벽부터 아이팟을 끼고 피트니스 클럽에서 역기를 들거나 러닝 머신 위를 달리는 사람은 재미보단 `건강`을 관리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결국, 지역민들의 스포츠 활동과 관련해 고민할 문제는 어떻게 그들이 스포츠로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도록 만들지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가정이 필요할 것이다. 누군가 내 스포츠 활동을 관리해준다면 어떨까? 내 체력 상태를 상세히 알려주는 `비서`가 있다면? 그걸 어떻게 관리할지 안내해줄 사람이 있다면? 내가 사는 곳 주변 어디에서 재미있는 스포츠를 즐길지 알려 주는 안내자가 있다면? 대회에 나가기 전 국가대표급 지도자에게 레슨을 받게 해 줄 사람이 있다면? 내 전문 체력의 상태와 그걸 좋게 해줄 지도자를 연결시켜 줄 누군가 있다면? 스포츠 활동에 소홀할 때쯤 전화를 걸어와 `운동 잘 하고 계시죠`라고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해 줄 사람이 있다면?

내 지인들 100명에게 물었다. 이런 스포츠 서비스에 회원 가입해 한 달에 얼마의 돈을 낼 의향이 있냐고. 89명이 가입하겠다 한다. 한 달 회비로는 평균 1만 7천 원. 어떤 서비스 이름이 좋을지 생각해봤다. `스포츠 코디네이터`는 어떨까? 정수기도 관리 받는데 하물며 내 스포츠 활동은 왜 관리 받지 못하는가? 또 생각해봤다. 이런 서비스를 우리 대전시에 있는 기존 자원과 결합하여 만드는 건 `미션 임파서블`일까? 체력 측정은 `국민체력100센터`와 연결시킬 수 있다. 내가 평소 운동을 할 스포츠클럽은 근처 학교체육관형 클럽에 연결하자. 물론 앞서 설명했던 다양한 유형의 스포츠클럽도 가능하다. 운동심리 상담 서비스나 운동 동작 분석 서비스도 신설하자. 인력은 지역 대학에 널려 있다. 준 엘리트급으로 운동하는 회원에겐 `스포츠과학센터`에서의 측정 서비스도 연결시키자. 불가능할까? 아니다. 이건 창의력과 의지의 문제다.

스포츠클럽은 단지 스포츠클럽만 생각해선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다. 이는 지역 내 전체 스포츠 서비스 시스템 일부로 다뤄져야 한다. 중요한 건 지역민에게 제공해줄 스포츠 혜택의 내용과 방법론이다. 대전시는 지역민에게 기존 자원을 활용하여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그 혜택을 누리는 지역민은 지갑을 열어 회비를 낸다. 기존의 민간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과 제휴를 맺어라. 그들은 공간을 제공하고, 시는 회원을 모집해 그들을 민간에 연결시킨다. 핵심은 하나다. 지역민들이 불편함 없이 스포츠 활동으로 건강과 재미를 누리게 해주는 일. 이를 위한 시스템 설계, 아직 늦지 않았다.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