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약학한약이사
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약학한약이사
어릴 적 나의 여러 별명 중 하나는 몽실이였다. 옛날 드라마의 주인공인 몽실이는 귓볼 길이에 맞춘 단발머리에 숱이 풍성하다 못해 넘쳐서 동그란 헬멧 모양이 되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나도 학교 규칙에 따라 두꺼운 흑발에 단발머리를 고수했는데 숱까지 많으니 영락없는 몽실이 모양이었다. 굵기는 어찌나 굵은지 머리카락 한올을 뽑아 힘 겨루기를 했던 게임에서 1등을 내어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아이를 낳을 때마다 숨풍숨풍 머리가 빠지더니 앞머리 경계에 휑한 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탈모 종류에는 빈도가 높은 순으로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원형 탈모증, 휴지기 탈모증 등이 있다.

남성형 탈모는 유전적 원인과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이 중요한 인자로 꼽힌다. 휴지기 탈모증은 내분비 질환, 영양 결핍, 약물 사용, 출산, 수술 등 심한 육체·정신적 스트레스 후 발생하는 일시적인 탈모다. 모발의 일부가 솜털처럼 나서 두꺼워지고 다시 얇아져 빠지는 전체 생장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바로 얇아진 후 빠지는 상태가 된다. 원인 자극 발생 후 2-4개월 후부터 탈모가 시작되며 원인이 제거되면 수개월에 걸쳐 증상이 사라진다.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되는 원형 탈모증은 다양한 크기의 원형 또는 타원형의 탈모반(모발이 소실돼 점처럼 보이는 것)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주로 머리에 나타나며 드물게 수염이나 눈썹, 속눈썹에 생기기도 한다.

남성형 탈모와 여성형 탈모의 치료를 위해 미녹시딜 등 바르는 약, 피나스테라이드, 두타스테라이드 등 먹는 호르몬제, 모발 영양제, 모발 이식술 등이 활용되고 있다. 이때 남성용은 미녹시딜 5%, 여성용은 3%를 바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나스테라이드의 경우 성욕감퇴나 발기부전 등 부작용 관련 여러 의견이 있으니 신중하게 투여하길 바란다.

원형 탈모증 치료에는 국소 스테로이드 제제나 전신 스테로이드 제제, 면역 요법 등이 쓰인다.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이 제거되면 모발이 회복되므로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늘어진 모발을 굵게 만들기 위해 영양제를 복용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판시딜, 마이녹실, 볼두민 등 약용효모 제제와 비오틴, 콜라겐 등이 있다. 약용효모는 모근에 비타민, 미네랄을 제공하고 대사를 촉진해 새로운 모근의 생성을 도와준다. 일반의약품으로 출시되는 약용효모 제제의 경우 케라틴, 티아민, 판토텐산, L-시스틴 등과 함께 모발 필수 영양소들이 모근 조직세포에 직접 공급해 모발을 굵어지게 하고 덜 빠지게 한다. 기본 4개월 이상 복용해야 약효가 나타나며 모발과 같은 성분으로 이뤄진 손·발톱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머리가 더 시려온다. 있는 모발이라도 충분한 영양으로 잘 지켜내, 돌아오는 봄에는 다시 한번 풍성한 머리를 바람에 휘날려 보면 좋겠다.

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약학한약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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