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규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장
이여규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장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을 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을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법정스님의 문구가 떠오른다.

연말이다. 정년 퇴직, 인사 이동 등으로 만남과 헤어짐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다른 지역으로 전출을 가서 잠시 헤어지는 직원이 있고, 정년퇴직 후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은 선배도 있다.

한 직장에 30여 년 근무하다 보니 많은 선배들을 떠나 보냈고, 또 많은 동료, 후배들을 만났다. 그 중 K선배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분이다. 한 부서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권위의식이라고는 1도 없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맡아서 해내고 함께 근무하는 직원의 승진을 내 일처럼 기뻐하는 분이다. 게다가 후배들에게 밥과 커피를 잘 사주는, 한마디로 지갑 잘 여는 선배다. 퇴직이 임박해지니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후배들까지 K선배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며 연락이 오고 퇴직 기념 여행을 제안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맺은 인연이라는 게 각박하기 그지없어서 퇴직이 다가오면 뒷방 늙은이 취급하기 십상인데, 이정도면 가히 레전드급 아닌가. 후배 P는 윗집 소음에 시달리다가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한 후 소음이 줄어들자 귤 한 박스를 감사인사와 함께 전했다고 한다. 악연이 될 수도 있었던 이웃이 P의 감사 인사로 인해 반가운 인사를 하는 좋은 인연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K선배와 P후배를 보면서 가만히 있어도 내게 좋은 인연이 다가오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다른 이들에게 좋은 인연이 돼 주어야 그 사람도 나에게 좋은 인연이 돼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연금공단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는데, 이것은 기관과 사람이 좋은 인연으로 맺어지는 방법이 된다. 지난 달에는 취약계층 아동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금을 아동권리보장원에 전달하기도 했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진행하는 `디딤씨앗통장` 지원사업을 통해 유족연금을 받는 아동, 기초생활수급가구 자녀 등을 지원함으로써 자립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공단은 취약계층 아동 610명의 `디딤씨앗통장`에 향후 1년 동안 매월 5만 원씩 적립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매칭 지원금이 1인당 월 최대 5만 원으로 상향됨에 따라 지난해보다 7300만여 원이 늘어난 3억 6000만여 원을 후원한다. 2013년부터 공단이 `디딤씨앗통장` 지원사업을 통해 후원해온 취약계층 아동은 총 5795명으로 후원금은 24억여 원에 이른다. 이 후원을 통해 국민연금공단과 인연을 맺은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훌륭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

법정스님은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했지만, 용기를 내어 다른 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선의를 베푼다면 다시 만나기 싫은 어설픈 인연은 줄어들고 진정한 인연은 많아지지 않을까. 이여규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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