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대만해협에서의 위기 사태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월 2일 중국 건군기념일에 총 38대의 군용기들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몰려들었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중 무력시위로 기록된다. 여기에는 핵탑재 가능한 H-6 폭격기도 포함됐다. 중국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언제건 마음만 먹으면 대만의 무력점령에 나설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이에 대만 국방부도 최근 발표한 `2025년 중국의 대만 침입에 대비한 대만군 전력강화 계획` 제하의 보고서에서 중국이 2025년 무력통일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손실 최소화, 효율 최대화`를 노린 단기속결전으로 대만 점령을 감행할 것으로 판단한다.

`로이터` 통신은 "워게임: T-Day, 대만전투" 제목의 기사(11.5)에서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회색지대(gray-zone) 전쟁 및 무력침공 시나리오를 6가지로 상정하여 심층 보도했다. ① 마쓰제도(Matsu Islands) 봉쇄, ② 진먼(Kinmen)섬 침공, ③ 세관 검역, ④ 전면 봉쇄, ⑤ 공중·미사일 공격, ⑥ 전면 침공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는 추측(speculative)에 불과한 것이지 어떤 것도 예측(prediction)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추론되는 중요한 전략적 함의는 긴장고조시, 우연한 사고나 오산·오판이 언제건 `충돌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은 7회의 특집기사(6.5-6.10)로 대만위기를 ① 대만 본격 침공, ② 대만 낙도(落島) 침공, ③ 하이브리드전, ④ 우발적 충돌 등 4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하고, ③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전쟁과 평화의 구분이 흐릿한 회색지대에서 사이버전·정보전 등의 형태로 벌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점령 시 이런 수법을 사용했다. 중국도 러시아 수법을 벤치마킹하여 사이버공격으로 중요시설 마비, 해저 케이블 절단, 친중세력을 앞세운 선전·선동, 특수부대의 핵심 인프라 점령 등으로 미군이 개입할 명분과 시간을 주지 않고 대만을 무혈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갑자기 대만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으로 치닫게 됐나? 첫째, 중국 변수다. 시진핑의 1인 종신집권 체제를 밝힌 `역사결의`를 계기로 대만침공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1997년과 1999년 홍콩과 마카오를 영국과 포르투갈로부터 각각 넘겨받았다. 마지막으로 대만을 점령해 통일 숙원의 화룡점정을 찍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특집 칼럼(11.15)은 중국의 핵전략 증강으로 동아시아에서 `역사상 최대의 지정학적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2030년까지 핵보유고를 1000발로 늘릴 것으로 추정한다. 목적은 미·중 간 핵전력을 동등수준으로 끌어올려 `상호 취약성` 상태를 조성하여, 중국이 대만 점령에 나서더라도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 속셈이다. 이제 시진핑은 미국에게 대만의 `무력통일`에 나설 수도 있다고 공공연히 협박한다.

둘째, 미국 변수다. 금년 7월 말 미 합참차장은 대만침공 시나리오를 가정한 워게임에서 미군이 중국군에 패했다고 밝혔다. 다른 펜타곤 전직관료는 상기 시나리오에 기초한 18회의 워게임에서 전패(18:0)했음을 시인하여 충격을 주었다. 이로써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군사개입에 나설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CNN 타운홀 미팅에서 미국은 `대만방어의 의무`가 있다고 발언했다. 중국이 격렬히 반발하자 펜타곤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달라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계산된 작심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전략적 모호성`의 유통기한이 끝났으므로 `전략적 명확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셋째, 대만 변수다. 20세기 말 대만은 부동산 거품, 수출급감, 경제침체 등으로 총체적 위기상황에 내몰렸다. 그러나 지금은 TSMC 같은 초일류 반도체 기업 덕분에 새로운 국운융성의 호기를 맞았다. 미·중 경쟁의 최일선은 `반도체` 분야다. 냉전시기 핵개발에 버금가는 `반도체 패권` 전쟁이 한창이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을 넘어 `무기의 쌀`로 평가받는다. 향후 4년 이내에 대만의 1인당 GDP가 한국을 능가할 기세다. 미국에게는 8대 교역국으로 급성장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런 자신감을 배경으로 대만은 `민주진영의 등불`이며 대만이 무너지면 `전세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만 위기사태는 미·중 패권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분수령이다. 만일 미국이 대만방어에 실패하면 `팍스 아메리카` 시대의 종말을 맞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역사상 최초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문구가 포함되었다. 이는 미·중 경쟁의 구도 속에서 대만해협 위기가 한반도 위기로 직결될 것임을 강력히 암시한다. 더 이상 대만 위기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것이다.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