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무 대전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오정무 대전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커다란 물고기가 연못에서 황금 비늘을 반짝이며 헤엄칠 때 우린 어떤 생각을 할까? "와~ 멋있다, 아름답다"할 것이다. 그런데 그 물고기가 식탁 위에 누워있다고 생각해보면 `징그러워, 무섭다` 반응할 것이다. `모래`가 방에 있으면 쓰레기라 하고, 공사장에 있으면 재료라고 한다. 우리 입 안에 있는 `침`이 입속에 있을 땐 그렇게 귀한 것이지만 밖으로 내뱉는 순간 사람들은 더럽다 할 것이다.

모든 사람에겐 저마다 주어진 자리가 있다.

가정과 직장, 사회 공동체 속에서 내게 주어진 자리를 감사함으로 지키며 성실함으로 수고할 때, 내가 선 자리는 더 존귀하고 아름다운 자리가 돼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다. 이것을 우리 기독교에서는 `소명`, 성경적 용어로는 `달란트`라 말한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25장의 예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을 보면 모든 사람에겐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었고, 어떤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 다섯 달란트를 줬다. 주인이 달란트를 구별하여 준 이유는 바로 각각의 `재능`대로 주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누구나 `소명`을 받고 태어난 인생들이다. 그가 알든지 알지 못하든지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 그에게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짐`이라 할 수도, `십자가`라 할 수도 있다.

인생 자체가 짐이다. 짐이 없이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마다 힘든 짐을 감당하다가 저 세상으로 간다. 가난도, 부요도 짐이다. 자식도, 부모도 짐이다. 건강도, 질병도 짐이다. 다리가 휘청거리고 숨이 가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짐이라면 기꺼이 짊어지는 게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언젠가 짐을 내려놓을 때가 되면 짐의 무게만큼 보람과 행복을 얻게 될 것이다.

짐은, 십자가는 무거운 것이다. 가벼우면 짐이라고, 십자가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짐을 벗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짐이 우리들 인생을 바르게 살게 하고, 겸손하게 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짐을 져야 기고만장 날뛰지 못한다. 짐을 져야 고개가 수그러지고, 허리를 굽히게 된다. 짐을 져야 한 걸음 한 걸음 똑바로 걸어가게 되는 것이다. 헛바퀴가 도는 차엔 짐을 실어야 그 수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인류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의 무거운 짐을 지시고 골고다에 오르사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도 모든 죄인들의 용서를 하나님께 기도했다. 코로나는 계속되지만 그런 중에도 성탄의 종소리가 들려오고, 새해는 다가온다. 오늘의 현실에 절망하지 말고, 자기 짐, 자기 십자가를 지고가는 우리들 각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자.

코로나19가 계속되는 고단함속에서 아직도 얼마나 더 많은 절제와 인내, 기다림이 필요한지 알 수 없는 날들이다. 그러나 반드시 끝이 있다. 그 때까지 나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맡겨진 역할을 성실하게 감당하다 보면 어느 새 내 인격도, 능력도 사람들에게 존귀함을 받을 만큼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착하고 충성된 종아, 잘 하였다" 칭찬받을 수 있도록 주어진 소명을 기억하는 한 해의 마무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오정무 대전시기독교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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